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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성균관 신참례 / 정남기

등록 2010-09-07 18:28

정남기 논설위원
정남기 논설위원
조선시대 부정과 부패는 과거시험장에서 시작됐다. 몇백명이던 응시자가 조선 후기 수천, 수만으로 불어나면서 시험장은 장바닥으로 변했다. 박제가의 <북학의>는 권문세가의 자제들이 하인 수십명을 데리고 입장했고, 반입이 금지된 서책도 잔뜩 싸들고 갔다고 기록한다. 또 시험을 대신 쳐주는 거벽(巨擘)을 세우기도 했다. 성호 이익은 <곽우록>에서 부정을 막기 위해 “초시와 회시(2차 시험인 복시의 일종)의 필체가 다른 응시자를 탈락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 말기에는 더 심했다. 서당별로 둘러앉아 한 사람은 글을 짓고 한 사람은 글씨를 쓰는 등 나눠서 답안지를 작성했다. 백범 김구도 과거를 보러 갔다가 “선생님들한테 부탁해 아버지 이름으로 답안지를 써냈다”고 <백범일지>에 적고 있다.

과거에 합격해도 바로 출셋길이 열리는 것은 아니다. 일단 신래(新來)로서 예문관, 성균관, 승문원, 교서관 4곳에 나눠 배속됐다. 그리고 ‘불량한 재주로 외람되이 관직에 올랐다’는 이유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승정원일기>에 나오는 신참례(新參禮), 허참례(許參禮), 면신례(免新禮)가 그것이다. 신참례는 신고식, 허참례는 동석을 허락하는 의식, 면신례는 신참을 면해주는 절차다. 신래들은 귀신처럼 얼굴에 흰 칠을 하고 다 떨어진 옷을 입고 다녀야 했다. 또 의식을 치를 때 오물을 뒤집어쓰거나 겨울철 연못에 들어가는 것은 물론 더러운 손을 씻은 물을 마시기도 했다.

돈도 많이 들었다. 선배들한테 재물을 바치는 것은 물론이고 10여차례의 잔치 비용도 신래들의 몫이다. 그러니 가난한 유생들이 좋은 관직을 얻는 것은 꿈같은 일이었다. 소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원작의 텔레비전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이 지난주부터 방송됐다. 거벽과 신참례 등 관료 선발과 등용의 이면을 살펴볼 기회인 듯하다.

정남기 논설위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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