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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사회] 현대자동차의 건설화, 이거 아니다 / 우석훈

등록 2010-10-06 19:52수정 2010-10-07 11:47

우석훈 2.1연구소 소장
우석훈 2.1연구소 소장
나의 첫 직장은 그룹사 시절의 현대건설이었다. 우리사주로 적지 않은 분량의 주식도 가지고 있었다. 한국 재벌사의 한 부분을 장식한 현대건설 그리고 동시에 현 대통령을 배출하고, 한국 경제의 토건화에 앞장섰던 회사, 여러 가지로 복잡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내가 퇴사하고 정부기관으로 옮긴 다음 현대건설은 아이엠에프 경제위기로 그룹에서 분리되었고, 이후에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사실상 국민기업이 되었다. 채권단이 결국 매각을 결정하였고, 현대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인수자로 나선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현대건설의 처리에 대해서는 <조선일보>의 송희영 논설주간과 나는 의견이 같다. 국민의 돈으로 살린 기업을 지금 와서 그냥 재벌에 넘겨주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익인지도 잘 모르겠다. 무엇보다도 그런 기업 회생을 용인해준 국민들에게 도덕적으로 정당한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쌍용차 등 위기에 처한 기업들을 국민사주 같은 방식으로 국민들이 주주가 되어 소유하는 것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었는가, 그런 질문이 여전히 남는다.

돌이켜 생각하면, 고 정주영 명예회장 시절, 현대그룹은 일관제철소 건설에 그룹의 명예를 걸고 매진하였는데, 삼성의 자동차, 현대의 제철소, 이 두 가지는 재벌 시절의 폐해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이미 투자를 하였던 삼성과 달리, 정부의 허가가 나오지 않아 일관제철 투자를 하지 못한 것이 아이엠에프 경제위기 때 결정적으로 현대를 살린 것이 아닌가? 그야말로 새옹지마다. 현대차의 현대건설 인수는, 그때의 제철소 투자를 기억나게 한다.

그 후 현대차는 한보철강 부지에 결국 일관제철소를 만들었다. 그때 내건 명분이, 자동차에 쓸 고급 철강을 직접 만드는 게 더 경제성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어차피 철강도 만드니까, 이걸로 직접 건설도 하는 게 도움이 된다는 게 현대건설 인수의 명분인 것 같은데, 이건 좀 아닌 듯싶다.

정부에서는 내년도 한국 경제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건설사가 어떤 방식으로든 구조조정이라는 거센 격랑을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착륙인가 경착륙인가, 그 차이만 있지, 아이엠에프 경제위기 이후 3배나 늘어난 토건분야를 지금처럼 그냥 두고 한국이 갈 수가 없다. 이 상황에서 현대자동차가 주력 활동분야가 아닌 건설업까지 통으로 떠맡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선택인지, 그런 질문을 해보고 싶다.

일관제철소에서 안정적인 생산체계를 만들고, 적절한 고급 철강을 선택하는 것도 현대자동차 그룹으로서는 큰 도전일 것이다. 그런데 위기를 눈앞에 두고 있는 현대건설까지 직접 떠안는 것은 무리인 듯싶다.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좋은 날만 있는 게 아니다. 사실 지난 수년 동안 한국 경제는 여러 가지로 어려웠지만, 나름대로 현대자동차의 선방으로 한국 경제가 나름대로 돌파구를 찾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더욱더 무리수가 아닌, 자동차 기술 개발과 신제품 개발, 서비스 강화 등 전문분야를 강화시키는 게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지금은 21세기이다. 그룹 장자로서의 정당성과 상징성, 그런 개발시대의 얘기는 제발 20세기에 두고 왔으면 한다. 현대건설을 인수하지 않아도 아무도 현대차에 뭐라고 하지 않을 것이고, 그룹으로서의 정당성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내수용 자동차와 수출용 자동차의 가격 격차 및 안전장치의 차이 등 국내 소비자들의 현대차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국내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런 문제를 푸는 게 먼저 아닌가? 현대차의 현대건설 인수, 국민들을 생각해서 재고하기 바란다.

우석훈 2.1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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