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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예종석의 오늘 점심] 동파육

등록 2010-10-12 20:37

동파육은 송나라의 문호 소식의 아호를 이름으로 삼은 재미있는 중국요리이다. 저장성 항저우를 대표하는 음식인 동파육은 삼겹살 덩어리에 사오싱주(紹興酒)와 간장 등을 넣고 졸여서 만든다.

소동파로 널리 알려진 소식은 당송 팔대가의 한 사람으로 이름이 높지만 많은 요리에 이름을 남긴 미식가로도 저명하다. 동파육에 그의 명칭이 붙게 된 유래에 대해서는 설이 분분하지만 가장 흔히 회자되는 것은 그가 항저우 태수로 있을 때 그것을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새로 부임한 소동파가 폐허가 되어 있던 서호를 엄청난 인원을 동원하여, 역시 이름에 그의 성이 들어가게 되는 소제(蘇堤)라는 제방을 쌓고 아름다운 옛 모습을 되찾게 했다. 이에 감동한 백성들이 돼지고기를 선물로 보냈다고 한다. 저육송(猪肉頌)이라는 글을 남길 정도로 돼지고기를 좋아했던 소동파는 그 고기를 요리하여 사람들에게 나눠줬는데 그것이 동파육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식저육시(食猪肉詩)에서 “황주의 돼지고기는 질은 좋고 가격은 싼데, 부자는 거들떠보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은 요리할 줄을 모르네. 물을 적게 넣고 약한 불로 삶으면 다 익은 후 제맛이 난다네”라고 노래할 정도로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었다. 일설에는 동파육이 요리사의 실수로 술과 돼지고기를 함께 삶는 바람에 만들어졌다고도 하나 중요한 것은 그것이 소동파로 인해 지명도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본인은 짐작도 못 했겠지만 소동파는 이제 그의 대표작 적벽부보다 동파육으로 더 이름을 떨치고 있다. ‘한식의 세계화’가 본받아야 할 대단한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아닐 수 없다. 서울 종로구 평동의 목란은 화교 요리사가 제대로 만든 동파육으로 유명세를 타는 집이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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