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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예종석의 오늘 점심] 메밀칼싹두기

등록 2010-10-20 08:05

메밀칼싹두기는 경기도의 향토음식이다. 반죽을 칼로 싹둑싹둑 잘라 만든다고 해서 칼싹두기라는 이름이 붙었다. 점성이 약한 메밀의 특성 때문에 굵직굵직하고 길이도 들쭉날쭉하게 썬 면을 소고기나 해산물 국물에 끓여 먹는 소탈한 음식으로 칼국수를 닮긴 했으나 엄연히 다른 음식이다. 그러나 촌수는 가까워서 칼싹두기와 칼국수를 통틀어서 칼제비라고 부른다. 요즈음 일각에서는 칼제비를 칼국수와 수제비를 섞어놓은 음식으로 오인하고 있고 실제로 그런 음식을 파는 곳도 꽤 있다. 그러나 원래의 칼제비는 칼싹두기와 칼국수를, 반죽을 손으로 뜨는 수제비와 구별하여 이르는 말이다. 소설가 박완서는 메밀칼싹두기를 핑계만 있으면 울고 싶도록 청승스러워지는 비오는 날 먹고 싶은 음식이라고 했다. 까닭 없이 위로받고 싶어지는 날 “한 그릇씩 먹고 나면 뱃속뿐 아니라 마음속까지 훈훈하고 따뜻해지면서 좀 전의 고적감은 눈 녹듯이 사라지는” 양식이었다고 추억한다. “그 소박한 맛에는 외로움 타는 식구들을 한식구로 어우르고 위로하는 신기한 힘이 있었다”며 화해와 위안의 맛으로 남아 있는 유년시절의 벽촌생활을 회고하기도 했다. 메밀은 이처럼 어려웠던 옛날을 회상하게 하는 식재료이다. 지금은 웰빙식품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예전에는 기근이 심할 때 먹던 구황작물이었기 때문이다. 메밀은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고 생육기간이 짧은데다 병충해에도 강해서 옛날에는 흉년이 들면 나라에서 재배를 장려하던 곡물이었다. 메밀칼싹두기의 원형은 15세기 말에 나온 요리책 <음식디미방>에 처음 등장하는 절면(切麵)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강화도 초지진의 대선정에 가면 그곳 특산물인 순무김치와 잘 어울리는 메밀칼싹두기를 맛볼 수 있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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