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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한국사회] 스카이, 인서울, 이건 아니다 / 우석훈

등록 2010-10-27 19:00수정 2011-04-01 17:42

서울대학교
서울대학교
작년에 서울 어느 호텔에서 본 한 가정의 저녁식사는 내가 태어나서 본 식사 중에 가장 슬픈 식사였다. 삼성에 취업한 조카를 위해서 돈 좀 벌었다는 삼촌이 한턱 내는 자리였는데, 청년들의 현실과 함께 서울 중산층의 스노비즘을 동시에 엿볼 수 있었다. 이제 삼성에 정규직으로 취업하는 것, 그것은 개인의 삶을 넘어 ‘가문의 영광’이 되었다. 그리고 중산층 부모들은 이 레이스에 자신의 자식들을 꾸역꾸역 밀어넣어 전투병으로 만들고 있는 것 같다. 또 슬픈 일이 하나 더 있었다. 서울대 입학설명회에서 발표할 글을 메일로 받았다. 서울대에 들어오면 생겨날 좋을 일들에 대해서 구구절절이 적혀 있었다. 정말 이 얘기를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할 수 있었을까? 서울대에 입학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좋은 일이 진짜로 생겨난다고 해도, 그것을 공공연하게 입으로 떠드는 사회는 ‘점잖은 사회’는 되지 못하는 것 같다.

나는 80년대 중후반에 대학에 다녔다. 그 시절에는 ‘스카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을 창피한 것으로 생각했다. 학벌을 드러내거나 동문을 찾는 것은 부패한 사회에서나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20년이 지났다. 이제는 유신 시절에나 사용하던 ‘스카이’라는 단어를 우리 사회가 아주 공공연하게 사용하는 것 같다. 서울대, 고대, 연대의 영문자를 딴 이 단어를 바로 이 학교의 학생들이 스스럼없이 사용하는 것을 볼 때, 우리 사회는 최소한의 염치도 잊어버렸고, 스노비즘의 극치를 보는 것 같은 마음을 감추기가 어렵다. 스카이는 자랑스러운 용어가 아니라 부끄러운 용어이다. 기존 세대가 만들어놓은 이 지독할 정도의 학벌사회에 아무런 반성이나 부끄럼 없이 청년 엘리트들이 넙죽넙죽 받아먹는 것, 이건 엘리트들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예의에 어긋난다.

스카이 밖으로 벗어나면 이제는 ‘인서울’이라는 단어가 통용된다. 역시 슬픈 용어이다. 서울, 그것이 대관절 뭔데? 신분상승과 권력욕, 그런 것들이 전복되면서 우리 모두는 이제 획일적인 하나의 잣대 위에 자신의 몸을 올려놓기 시작한다. 스카이, 인서울, 이걸 지나면 이제 험한 말이 나오기 시작한다. ‘지잡대’, 80%가 넘어간 대학진학률에서 이렇게 국민들은 서로를 구분한다. 현실에서 신분을 구분하는 말들이 등장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말을 사용하는 것, 그리고 인간을 그렇게 학력과 간판으로 구분하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하는 것이 양심이 돼야 하고 상식이 돼야 한다.

아마 우리 시대에 혁명이 등장한다면, 그것은 프롤레타리아가 자본가를 전복시키는 고전적 형태가 아니라, 지잡대 출신이 스카이와 인서울, 그 한 줌의 지배층을 단두대에 세우는 그런 혁명이 되지 않을까? 단지 10대 후반의 암기력만으로 사람을 줄세우는 것도 미친 짓이지만, 그걸 공공연히 입으로 떠드는 것은 더 창피한 일이다. 지식인이고 기득권층이라면 자신이 가진 것을 더 어려운 사람을 위해서 내놓고 스스로 낮아지기 위한 고민을 할 때, 사회가 건전하고 지도부가 존경받는 법이다. 스카이, 강하기는 하지만 존경받을 구석은 하나도 없는 부패한 통치집단이고 반동의 재생산 세력으로 전락한 것 아닌가? 스카이, 인서울, 이건 나쁜 용어이고, 창피한 단어이고, 슬픈 구조이다.

정권 등장하면서 강부자 내각 만들면서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는 표현을 썼다. 참 촌스러운 놈들! 학벌과 학력 격차 없는 사회가 우리가 만들어야 할 사회이다. 스카이, 도대체 이 땅의 민중에게 당신들이 지금 무슨 기여를 하고 있는가?

우석훈 2.1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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