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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나라의 품격

등록 2010-11-03 20:31

아프리카 내륙에 나라 땅 대부분이 사하라사막인 나라, 말리가 있다. 척박한 그 땅에도 10월이면 목화꽃이 핀다. 국민 3분의 1이 목화 농사로 생계를 잇는다. <문화방송> 프로그램 ‘W’(더블유)가 그 나라를 찾아갔다. 아홉 남매를 키우는 한 농민의 목화밭엔 쭉정이만 가득하다. 제초제 살 돈도 없고 빚을 갚느라 소와 농기구까지 팔았다고 했다. 미국 목화 때문이었다.

미국은 자국 농민들에게 판매액의 100%를 보조금으로 지급한다. 미국 목화는 그렇게 세계 시장의 40%를 장악했다. 미국은 2004년 세계무역기구(WTO)로부터 보조금 지급 중단 판결을 받았지만, 지금까지 ‘나몰라’다. 프로그램 진행자는 “가장 강한 선수가 규칙을 무시하는 이런 경기가 페어플레이냐”고 물었다. 일본 공영방송도 부러워했다는 이 프로그램이 5년여 만에 폐지됐다. ‘돈만 쓰고 돈은 못 벌어서’라고 한다. 빈 시간은 신인가수 발굴 프로그램으로 채워진다.

1950년대 초 미국 <시비에스> ‘시잇나우’(See It Now)는 반공산주의 광풍을 일으킨 조지프 매카시에게 유일하게 맞선 방송 프로그램이었다. 광고는 물밀듯이 빠져나갔고 프로그램은 결국 폐지됐다. 진행자였던 에드워드 머로는 몇년 뒤 연단에서 이렇게 말했다. “꿈을 잃지 맙시다. 언젠가 우리도 에드 설리번(유명 버라이어티쇼 진행자)이 장악한 일요일 저녁시간에 ‘미국 교육현실 진단’이라는 방송을 볼 수 있을 거라는.”

맑은 눈을 가진 팔레스타인 아이가 앗살람(평화)을 말하고, 내전으로 400만명이 목숨을 잃은 아픔의 땅 콩고민주공화국의 킴방기스트 오케스트라를 만나는 그런 방송에서, 우린 그나마 잊고 살았던 인간의 조건, 품격을 생각했다. 공무원들을 동원해 쓸고 닦은 거리, 풍자 낙서 하나에 검찰 공안부까지 나서서 구속영장 청구하고 쥐죽은 듯 살라는 나라. 품격은 그런 데 쓰라는 말이 아니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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