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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검우강호 / 김종구

등록 2010-11-10 18:29

김종구 논설위원
김종구 논설위원
영화 <검우강호>는 검이 비처럼 쏟아지는(劍雨) 강호(江湖)에서 벌어지는 복수와 사랑, 야망과 은원을 다룬 무협영화다. 화려하면서도 우아하고 담백한 액션이 돋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여주인공으로 나온 양자경의 극중 이름은 세우(細雨)다. 죽인 자들의 몸에 비처럼 가늘고 날카로운 검의 흔적을 남기기 때문에 붙여졌다는 이름치고는 무척 서정적이다. 영화에서 그가 사용하는 검은 검신이 얇아서 낭창거리는 연검이다. 물처럼 흐르는 검법은 이름하여 벽수검법. 이 영화를 두고는 스토리보다 오히려 검의 향연이 볼만하다는 평도 적지 않은 듯하다.

검우강호는 영화관 안에만 있지 않다. 요즘 정치권의 강호에도 ‘검의 비’가 세차게 쏟아지고 있다. 검찰이 휘두르는 검우다. “검찰의 검이 조사하는 검(檢)이 아니라 칼 검(劍)인 줄 아느냐”는 질책이 한나라당 의원한테서 나올 정도다.

검은 사용자가 누구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효용과 다른 운명을 지닌다. 어진 이를 만나면 인검이 되고, 난폭한 자의 손에 쥐어지면 흉검이 된다. 때로는 사람을 죽이는 살검이 되고, 사람을 살리는 활검이 되기도 한다. 상승검법의 요체는 결국은 바른 마음에 있다고 무술의 고수들은 설파한다. 일본의 전설적인 무사 미야모토 무사시는 <오륜서>에서 “심의(心意)를 닦고 관견(觀見)을 밝게 연마해 조금도 흐림이 없는 공(空)의 상태”를 검법의 최고 경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요즘 검찰의 모습을 보면 검법의 기초도 제대로 닦지 않고 강호에 출두한 어설픈 검객을 연상시킨다. 정확한 목표를 정해 날렵하게 급소를 찌르기보다는 여기저기 들쑤셔 상처만 낸다. 자기과시의 헛된 마음에 보법(步法)은 꼬이고 눈빛과 칼날은 흔들린다. 정작 베어야 할 표적 앞에서는 꽁무니를 빼는 겁쟁이 검객이기도 하다. 검을 잘못 다루면 상대를 베기에 앞서 자신을 베는 법이라고 했거늘.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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