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식 논설위원
인터넷에 이어 트위터,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미디어가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소통을 위한 기술적 기반이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사회 현실에서는 소통이 그 이전보다 못한 것으로 느껴지니, 그 배경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에스비에스>가 최근 ‘2010 대한민국, 소통’을 주제로 연 지식포럼에서 흥미로운 연구결과들이 제시됐다. 나은영 서강대 교수(신문방송학) 팀은 1979~2010년 사이에 국민의 가치관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비교했다. 여기서 나라와 가족 가운데 무엇이 더 중요하냐는 물음에 나라를 꼽은 응답이 30년 전에는 59%였다. 그것이 지금은 11%로 줄었다. 반면에 자신과 가족이 중요하다는 응답은 30년 전에 41%였던 것이 지금은 89%로 높아졌다. ‘청빈’과 ‘풍요’ 가운데서는 ‘청빈’이 고귀하다는 응답이 30년 전 64%에서 지금 30%로 줄었고, ‘풍요’가 중요하다는 응답은 30년 전 36%에서 지금은 갑절에 가까운 70%로 늘었다.
국민이 보는 바람직한 지도자상도 바뀌고 있다. 도덕적이며 민주적인 지도자가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2000~2010년 사이에 두 배가량이 된 반면, 추진력 있는 지도자가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절반 가까이 줄었다.(한국갤럽 조사. 도덕적 지도자 21.5%→41%, 민주적 지도자 15.7%→25.4%, 추진력 있는 지도자 53.9%→28.5%) 같은 포럼에서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는 국민이 바라는 소통 양식도 “내 말 들어” “시키는 대로 해”라는 일방지시형을 지지하는 비율이 줄고, “내 마음을 알아줘”라는 공감기대형 소통 요구가 늘고 있다고 발표했다.
국민의 가치관이 민주적·개인주의적으로 바뀌는데도 소통 주체가 권위주의를 고집한다면 불통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 들어 소통 문제가 거듭 논란이 되는 이유가 학술적으로 해명되는 느낌이다.
박창식 논설위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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