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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예종석의 오늘 점심] 입에서 녹는 매생이

등록 2010-11-28 21:33수정 2010-11-29 15:30

사람 팔자뿐 아니라 음식 팔자도 시간문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매생이는 김 양식을 하는 어민들로부터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하는 신세였다. 매생이가 김 양식발에 붙으면 김의 상품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매생이발에 달라붙는 김을 오히려 ‘웬수’라고 할 정도로 처지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환경에 민감해서 남해안의 청정 해역에서만 자라는 매생이가 무공해 웰빙식품이자 별미 식재료로 각광을 받게 되면서 생긴 이변이다.

<자산어보>는 그 이름을 매산태(莓山苔)라 했고 “누에의 실보다 가늘고 쇠털보다 촘촘하며 길이가 수척에 이른다. 빛깔은 검푸르다. 국을 끓이면 부드럽고 서로 엉키면 풀어지지 않는다. 맛은 매우 달고 향기롭다”고 했다. <동국여지승람>에 장흥의 진공품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보면 왕년에도 행세를 하던 시절이 있기는 했던 모양이다. 남도에서는 흔히 “산골 촌놈은 매생이국에 입천장 벗겨진다”거나 “미운 사위에게 매생이국 준다”고 한다. 매생이국은 펄펄 끓어도 김이 많이 나지 않는데다 열기를 내뿜지 않고 속에 담고 있어서 급하게 먹다가는 입을 델 우려가 있기 때문에 생긴 속담이다.

시인 정일근은 “매생이국 잘 끓이는 어머니를 둔, 매생이처럼 달고 향기로운 여자와 살고 싶다”고 노래했다. 그의 표현처럼 매생이국은 향내가 뛰어나고 맛이 별스럽게 좋다. 요즘 나는 제철 매생이는 유난히 보드라워 입에서 살살 녹는다. 매생이에는 각종 비타민과 엽록소, 칼슘, 철분, 무기질 등 다양한 영양분이 함유되어 있어 건강식품으로 손색이 없고 개운한 국물은 숙취 해소에도 좋다. 서울 논현동의 목포자매집은 매생이와 굴을 듬뿍 넣고 되직하게 끓인 매생이국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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