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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사회] 반대 없는 총화는 독재다 / 김진호

등록 2010-11-29 21:19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 연구소 연구실장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 연구소 연구실장
‘도발 주체는 북한인데 왜 우리 정부를 비판하느냐, 그것은 북한의 전략에 말려드는 것이다.’ 한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실장이 한 말이다. 또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한반도는 준전시상황에 놓여 있다고 보면서, 이런 때에 정부에 대한 비판은 ‘이적행위’라고 선언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하나된 국민이 최강의 안보”라고 말했다. 정부 관련 인사들의 이런 발언들은 당혹스럽다. 민주주의는 유보되어도 된다는 태도로 해석될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반대 여론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이런 태도는 생소하지 않다. 하지만 연평도 포격사건 직후인 지금의 발언들은 어쩌면 이전과는 다를지도 모른다. 이제까지는 다분히 방어적인 상황에서 나온 것들이다. 반면 지금은 대단히 공세적인 국면이 아닌가. 미수에 그친 ‘천안함 안보 담론’은 가해자에 대한 숱한 의혹이 있었지만, 이 사건은 의심할 여지조차 없다.

최근 정권 내에서 제기되었던 개혁 담론은 소리 없이 수그러들었다. 그리고 정부와 여당은 극우적 기조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연평도 포격사건 청문회에서 국회의원들, 특히 여당 의원들의 발언은 한 편의 노골적인 정치쇼처럼 보였다. 전투기가 적의 화력을 무력화시켜야지 왜 선회하고 되돌아갔느냐며 호통칠 땐 소름이 돋았다. 그 사이 북한군은 구경만 할 것인가? 전면전은 아니더라도 더 강력한 공격을 시도할 것은 뻔하지 않은가? 그럼 그곳에 있는 주민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보복 공격 때 민간인을 안전하게 대피시킬 수단을 묻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더 심각한 피해를 줘야 한다는 것이 그네들의 유일한 목표처럼 보였다.

물론 국회의원들이 이런 상식을 몰랐을 리 있겠는가. 텔레비전에서 생중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 공분에 함께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필경 그 순간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었을 게다. 그들에게 국민의 생각을 더 성찰적이게 이끄는 모습을 기대하기란 요원해 보인다.

그리고 그런 정치쇼는 결과적으로 정부와 국민을 극우로 선회하도록 자극할 것이다. 여러 전문가들이 이미 지적한 것처럼 북한 정권 내에도 강경파가 득세하고 있는 것처럼, 남북한 양국의 행보는 양국 체제를 더욱 과격한 자들의 이해와 맞물리도록 몰아가고 있다.

이럴 때 극우 기독교는 역시 우려 섞인 우리의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다. 비상구국기도회들이 잇따라 열렸다. 김성광 목사가 대표 강연자로 나섰다. 그는 이미 망발의 달인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종종 극우진영에서조차 그의 막말은 부담스러워하는 지경이다. 그럼에도 이른바 극우 기독교 지도자들은 이 상황에서 그를 대표 강연자로 불렀다.

역시 김성광이었다. 그는 북한에 쌀을 보내줘야 한다고 했던 이들은 모두 빨갱이며, 그런 자들은 교육계, 노동운동계는 물론이고, 청와대, 국회, 정부, 법조계 구석구석에 침투해 있다고 일갈했다. 그 며칠 전 교회 설교에서 그는 이른바 ‘봉은사 땅밟기 사건’을 빗대면서 불교와 가톨릭에서 빨갱이들이 준동한다면서, 그 모든 불순세력이 제거되어야 우리나라가 하느님에게 축복받는 나라가 될 거라고 말했다.

이런 식의 극단주의는 도처에서 비집고 나온다. 북한과의 대화는 말할 것도 없고, 6자회담에 대해서도 현 정부는 소극적이다. 심지어 시민사회와도 대화할 의사가 없다. 언제나처럼…하지만 지금은 좀더 공세적이다. 이 사건에서 북한이 남한에 도발을 감행했다면, 정부와 여당은 시민사회에 그와 별로 다르지 않은 도발을 또다시 시도하고 있다. 이 정부를 어쩌란 말인가?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 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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