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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예종석의 오늘 점심] 미꾸라지털레기

등록 2010-12-05 22:16수정 2010-12-06 08:28

미꾸라지털레기는 경기도 서민의 보양식이다. 농촌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이들에게 미꾸라지는 농한기에 해 먹던 천렵국의 추억으로 남아 있다. 옛날에는 가을걷이를 끝낸 뒤 논이나 도랑에서 살이 오른 미꾸라지를 잡아 탕을 끓여 노인들을 대접하는 ‘상치(尙齒)마당’의 전통이 있었다.

그럴 때면 시인 고재종이 노래한 것처럼 “그 소식을 듣곤, 동네 아낙들이 성만씨네로 달려오는데, 누군 풋배추 고사리를 삶아 오고, 누군 시래기 토란대를 가져오고, 누군 들깨즙을 내 오고 태양초 물을 갈아 오고, 육쪽마늘을 찧어 오고 다홍고추를 썰어 오고…넣을 것은 다 넣게 가져와선, 세상에, 원 세상에, 한 가마솥 가득 붓곤 칙칙폭폭 칙칙폭폭, 미꾸라지 뼈 형체도 없이 호와지게 끓여” 먹었다. 그렇게 먹던 천렵국을 경기도 북부 사람들은 별나게 털레기라 불렀다. 있는 것은 다 털어 넣는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털레기는 미꾸라지가 통째 들어간다는 점에서는 서울식추탕과 맥락을 같이하나 양지머리나 사골육수를 쓰지 않고 갖은 채소와 민물새우 및 국수, 수제비 등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평민풍의 미꾸라지매운탕에 가깝다. 예로부터 미꾸라지는 민초들의 동물성 단백질 공급원이었으며 강장식품으로 알려져 왔다. 조선말의 의서 <방약합편>은 “맛은 달고 성질은 평하다. 기를 더하고 주독을 풀고 소갈증을 다스리며 위를 따뜻하게 한다”고 했으며, 중국의 약학서 <본초강목>은 발기불능에도 효과가 있다고 했다. 영양학적으로도 미꾸라지에는 단백질이 많고, 칼슘과 비타민 A, B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강정효과가 있다고 한다.

경기도 고양시의 대자골토속음식점에 가면 옛날식 미꾸라지털레기를 맛볼 수 있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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