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침해에 대하여 자국의 권리와 이익을 방위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조처를 취할 권리를 자위권이라고 한다. 1928년 프랑스 파리에서 영국·미국·프랑스 등 15개 나라가 전쟁을 포기하겠다는 파리조약(또는 켈로그-브리앙 조약)을 맺을 때 예외적인 경우로 양해되면서 개념이 구체화됐다. 유엔헌장 51조는 자위권을 국가의 고유 권리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자위권 개념은 남용과 과잉해석 논란을 종종 빚는다. 2001년 9월11일 미국은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받아 세계무역센터가 파괴되고 수천명이 희생되는 피해를 입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는 오사마 빈라덴의 알카에다 조직이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지목됐다.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유엔헌장 제51조에 따른 자위권 발동을 보고했다. 피해가 명백한 만큼 대부분의 나라가 미국을 지지했으며, 유엔 안보리는 ‘테러공격에 대한 자위권’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얼마 뒤인 2002년 1월 부시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 ‘테러와의 전쟁’의 초점이 ‘악의 축’을 형성하는 이란·이라크·북한으로 옮겨간다고 선언했다. 그 이유는 이 나라들이 대량파괴무기를 개발해 미국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미국은 ‘선제적 자위권’을 내세워 이라크를 침공했다. 그러나 무력공격을 당하지 않은 상태에서 위협이 예상된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나라를 공격한 것은 국제법적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엊그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북한군이 연평도 포격과 비슷한 도발을 할 경우 항공폭격을 하겠다며 ‘자위권 발동’ 개념을 썼다. 북쪽의 무력공격에 대응할 권리는 당연히 인정된다. 그러나 도발에 따른 침해를 제거하는 데 필요한 범위를 뛰어넘는 무력 사용은 과잉방위로서 위법한 것이 된다. 자위권 개념은 신중히 적용하는 게 좋겠다.
박창식 논설위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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