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 2.1연구소 소장
해마다 12월이 되면 세계는 기후변화에 아주 실질적이며 근본적인 논의를 하게 된다.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이 시기에 열리기 때문이다. 이번주에 멕시코 칸쿤에서 12회 당사국 총회가 열렸다. 한창 뜨거울 때에는 3만명씩 한 도시에 모여서 협상을 했는데,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후속 프로그램이 불투명해지면서 그 열기도 조금 식어서 이번에는 만명 정도가 모였다. 물론 교토나 마라케시처럼 정말 뜨거울 때에 비하면 조금 한산해진 느낌이 있지만, 여전히 환경 관련 협상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이고, 움직이는 돈도 가장 크다. ‘경제와 환경’이라는 주제로는 여전히 가장 크고, 장기적으로도 가장 맨 앞에 있는 논의이다.
국내에서는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녹색성장’이라는 개념을 제시하였는데, 그 실질적인 논의는 기후 문제가 거의 대부분이다. 때때로 녹색성장은 ‘토건성장’이라는 비판을 받지만, 기후변화라는 주제를 정치적으로 가장 맨 앞에 세웠던 것이 이명박 정부라는 것은 사실이다. 어느덧 우리나라 국민은 ‘온실가스’라는 기술적인 용어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익숙해졌고,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인식한 것 같다. 협상 용어로는 ‘공공 홍보’라는 측면에서는 확실히 진전이 있었다. 그러나 그 속도감에 비해서 실제로 뭔가 의미있는 행동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느낌이 든다.
자, 기후변화라는 세계적 추세와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온에 대해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가? 우리가 유럽 시민에 비해서 아직 피부로 이 문제의 심각성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은, 국제적으로는 우리가 아직은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어 있고, 교토의정서에서 감축 목표를 정한 선진국들과는 달리, 우리가 직접 뭔가를 줄여야 하는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정책적으로는 두 가지 방향이 있다. 정부가 탄소세 같은 의무를 개개인에게 부과하고, 줄이지 않으면 벌금을 물리는 방식이 있다. 한도를 정해주고 배출권거래제라는 것을 통해서 서로 거래하게 만드는 방식도 있다. 이 두 가지 방식에는 이념적 차이도 있다. 국가가 직접 개입할 것인가, 아니면 시장 메커니즘을 최대한 활용할 것인가, 여기에 따른 이념적 논쟁이 50년 이상 계속되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두 가지 모두의 가능성을 교토 메커니즘이라는 것이 열어놓았고, 우리나라의 기본법도 두 가지 모두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아직 감축 의무가 없지만, 그래도 그냥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온실가스를 줄이는 노력을 시작했다. 이것을 ‘조기실천’이라고 부른다.
일단 먼저 시행되는 것은 ‘목표관리제’라는 제도이다. 주요 공장과 건물 등에 대해서 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알아서 줄이게 하는 것은 이제 곧 시행된다. 물론 예전에도 ‘자발적 협약’이라는 틀을 통해서 에너지를 줄이게 했지만, 이게 온실가스로 목표 대상이 전환되는 것이 기본적인 차이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이제 벌금이 붙는다. 벌금이라고 하지만, 최고 금액이 1000만원 정도라서 상징적 의미가 강하다. 그런데 여기에 정부가 아직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배출권거래제를 거의 동시에 시행하겠다고 하면서 혼란이 생겼다. 시범사업이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두 가지 제도가 실제 규제로 별도로 진행되면 제도 자체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탄소세라는 좀더 보편적인 제도를 도입할 것인가 아닌가, 이 논의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온실가스 감축 의무라는 생소한 제도를 정착시키기에, 정부가 너무 앞서가면서 혼돈을 만드는 것 같다. 국민의 동의, 이게 먼저일 것 같다.
우석훈 2.1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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