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우 기자
“애타게 하다라는 뜻의 영어 ‘티즈’(tease)에서 비롯한 말로, 중요 내용을 감춰 소비자의 궁금증을 일으킨 뒤 점차 제모습을 드러내는 광고를 말한다. 제품 일부만을 보여주거나 불완전 정보를 주어 호기심과 기대를 높이며 최종 광고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으로….” 마케팅 기법인 ‘티저 광고’에 관한 설명이다.
얼마 전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의 연구성과 홍보에서 이와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나사는 지난달 29일 누리집에 “외계생명체의 증거 탐색에 영향을 끼칠 우주생물학적 발견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라는 알림을 내보냈다. 곧바로 ‘외계생명의 증거’가 무엇이냐는 궁금증이 부풀어 지구촌의 온·오프라인이 떠들썩했다. ‘외계인을 만나면 이런 첫마디를 하겠다’는 시민들의 짧은 인터뷰가 라디오 방송에 재미 삼아 보도되기도 했다.
연구논문 발표가 있던 지난 2일(현지시각)에도 나사는 홍보자료에서 이번 발견이 ‘우주생물학적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했지만 티저 효과는 기대 이하였다. 발표된 논문엔 ‘우주생물학’ ‘외계생명’ 같은 말은 나오지도 않았다. 지구 생물의 6대 원소 중 하나인 인 대신에 독성물질인 비소에 기반해 생존할 수 있는 박테리아를 발견했다는 게 논문 요지였다. 그것만으로도 놀라운 발견이었으나 부푼 기대는 곤두박질해 냉소도 커졌다. 논문에 없는 ‘과장된 해석’을 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마케팅 측면에서 나사는 무엇을 얻고 잃었을까? 관련 연구예산을 늘리는 데엔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됐을지 모른다. 하지만 과장을 비판하는 이들은 많아졌다. 어떤 일이건 성과를 홍보할 때엔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신뢰를 지키는 일은 더 중요하다. 누구나 발언하는 뉴미디어 시대엔 더 그렇다. 최근 일부 과학자가 나사 논문에 의구심마저 나타냈다니 나사의 홍보전략은 ‘신뢰 마케팅’으로 볼 때 손해인 게 더욱 분명하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