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식 논설위원
대만의 진먼섬(金門島)은 중국 본토와 불과 1.8㎞ 떨어졌으며 동서 20㎞, 남북 길이 5~10㎞ 크기다. 대만 본섬과는 190㎞ 거리다. 이곳에선 1949년 중국 인민해방군이 대만으로 달아난 장제스 세력을 추격해 상륙전을 시도한 이래, 30년 동안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1958년에는 중국군이 44일 동안 47만4000발의 포탄을 섬에 퍼붓는 대공세를 폈다. 대만군은 미국 해·공군의 지원을 받으며 응전했다. 양쪽은 1979년까지 상호 포격전을 간헐적으로 이어나갔다.
대만 쪽은 포격에 맞서고자 섬 전체를 땅속으로 그물망처럼 연결해 요새화했다. 민간 대피소를 12곳 만들고 4만여명의 주민 모두가 생활하도록 비상식량과 긴급구호장비 등을 갖췄다. 무려 10㎞의 갱도가 지하 대피소들을 연결했다. 갱도는 차량 2대가 교차할 수 있도록 했다. 지하에는 화생방 방어시설과 비행장까지 갖췄다.
포격전은 1979년 1월1일 미국과 중국이 ‘핑퐁외교’를 통해 역사적인 수교를 하면서 중단됐다. 이곳은 그 뒤 전쟁의 상처를 씻고 중국-대만 교류의 첨병으로 탈바꿈했다. 대만 정부는 1982년에 섬에 대한 여행금지를 해제했으며 1991년에 계엄령을 풀었다. 포탄이 난무하던 바다에는 지금 여객선과 관광선이 오가고 있다. 중국과 대만은 진먼섬과 중국 푸젠성 샤먼시 사이 바다를 횡단하는 수영대회를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우리 군당국이 조만간 진먼섬에 시찰단을 보낸다고 한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서해5도를 요새화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본받을 점을 찾아보겠다는 뜻이다. 시찰단이 무엇을 보고 올지 모르겠다.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은 요새시설이나 첨단무기가 아니라 바로 대화와 교류임을 진먼섬이 웅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 연안부두에 피난해 있는 연평도 주민들이 바라는 것도 요새화는 아닐 것이다.
박창식 논설위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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