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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예종석의 오늘 점심] 팥칼국수

등록 2010-12-21 21:18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이다. 조선시대에는 동지가 임금의 생일, 설과 함께 삼명일(三名日)로 꼽히던 큰 명절이다. <태종실록>에 “동지는 양기(陽氣)가 생기는 날이고, 군자가 즐거워하는 때이니, 이날부터 대조회를 하고, 또 군신이 함께하는 연회를 베풀겠다”는 대목이 나온다. <세종실록>에는 임금이 많은 신하의 조하를 받았는데 일본에서도 50여명이나 몰려와서 하례하는 반열에 참여했다는 기록도 보인다. <동국세시기>는 동짓날을 설에 버금간다는 의미로 ‘아세’(亞歲)라 하였다.

궁에서는 동지에 향연을 벌였지만 일반에서는 <농가월령가>의 한 구절처럼 시식으로 팥죽을 쑤어 이웃과 나누어 먹고 하사받은 새 달력을 들여다보며 내년 날씨를 걱정하는 명절이었다. 팥죽을 끓여먹은 이유는 팥의 붉은색이 귀신을 쫓아내기 때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열양세시기>는 그런 풍습이 중국에서 전해진 것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동지가 동짓달 초순에 드는 애동지(兒冬至)에는 아이들에게 액이 든다고 해서 팥죽 대신 팥시루떡을 해먹었다. 동지에 팥으로 만든 음식을 먹은 배경에는 축귀(逐鬼)의 염원도 있었겠지만 먹을 것이 귀한 겨울철의 영양보충까지 고려한 조상들의 지혜가 숨어 있다. 팥은 단백질은 물론 비타민 B1과 칼륨 등 쌀에는 부족한 영양분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건강식의 구실도 충분히 하기 때문이다.

팥음식에는 팥칼국수도 있는데 국수는 장수의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어 더욱 식욕을 돋운다. 올 동지에는 뜨끈한 팥칼국수 한 그릇 먹으면서 한해를 갈무리하고 원화소복(遠禍召福)을 기원해보자.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인근의 앵콜칼국수에 가면 흔치 않은 팥칼국수를 맛볼 수 있다. 한양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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