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한파를 일으킨 원인으로 ‘북극 진동’이라는 낯선 말이 요즘 자주 등장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기사통합검색(KINDS)에서 찾아보니, 북극 진동이라는 말은 전국 종합 일간신문에서 2009년까지 거의 등장하지 않다가 지난해 23건에 이어 올해 1월 현재 17건의 기사에서 다뤄졌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라는 말은 2007년부터 급증했는데 기후변화는 여전히 중요한 단어이지만 지구온난화는 지난해부터 크게 줄었다.
북극 진동은 “북극에 있는 찬 공기의 소용돌이가 수십일 또는 수십년 주기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기상청)을 말한다. 이런 강약의 시소는 고위도·중위도의 대기 순환을 대규모로 바꾸며 동아시아의 강수량 증가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허창회 서울대 교수)도 있다. 진동의 강약을 좌우하는 요인은 북극 대류·성층권에 형성되는 거대 소용돌이다. 극지와 중위도의 온도·기압차로 인해 바람이 극지 쪽으로 불고 지구 자전 때문에 휘돌아 생기는 소용돌이는 극지가 추울수록 강해진다. 극지 찬 공기는 소용돌이 안에 갇히는 꼴이 되니까, 소용돌이가 세면 중위도에 끼치는 북극 찬 공기의 영향은 줄어든다. 거꾸로 극지가 온난화해 소용돌이가 약해지면 찬 공기의 영향권은 커진다.
지구 평균 온도는 온난화 추세를 보여도 이처럼 기후변화의 국지적인 모습은 영 다르고 복잡하다. 방 안의 평균 온도는 높아도 찬 아랫목이 있을 수 있다. 지구 기후는 복잡계다. 많은 기후 요인들이 에너지와 열을 밀고 당기며 모으고 흩뜨리는 복잡계에 참여한다. ‘온난화 탓에 한파가 닥친다’는 모순이 실제 지구 행성에서 자연현상이 되는 것은 그만큼 지구 대기 순환의 변동이 역동적이며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보여준다. 온난화와 한파라는 대립하는 두 말이 저마다 진실을 지닌 채 한 문장 안에 공존할 수 있는 것은 북극 진동이라는 이음매가 있기 때문이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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