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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되풀이되는 일본군의 한반도 진출 / 김삼웅

등록 2011-02-07 18:51수정 2011-02-08 09:02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미국이 최종적으로 유일의 초강대국으로서 지배적인 지위를 잃어버릴 것이라는 판단이 서면 일본은 중국과 손을 맞잡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석학 새뮤얼 헌팅턴이 1998년 도쿄 강연 ‘21세기 일본의 선택: 세계정치의 재편성’에서 한 말이다. <월스트리트 저널> 등 미국 언론들은 지난달 13일 설문조사에서 ‘세계 최고 경제대국’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7%가 중국을 꼽았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하반기에 일본을 누르고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된 중국의 미국 추월 시기를 학자들은 20~30년으로 내다본다. ‘차이메리카’라는 조어도 등장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기타자와 도시미 일본 방위상이 지난 1월11일 한-일 군사협력을 심도 있게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사실상 한-일 군사동맹을 지향하는 시발로 보인다. 군사비밀보호협정과 상호군수지원협정에 이어 군사동맹으로 이어져 한반도 유사시 일본 군사력이 개입하는 길을 트게 된다.

지난해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뒤 서해와 동중국해에서 한-미, 미-일 연합훈련이 있었다. 며칠 뒤 마이클 멀린 미국 합참의장이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여 양국의 군사협력을 촉구했다. 그 결과가 한-일 군사협정의 추진이다. 한-미-일 군사동맹 또는 군사협력체제는 당연히 중국과 러시아를 결속시키고 냉전시대의 구도를 불러온다. 한국은 이들에게 불편한 존재 또는 적대로 변해 20년간 닦아놓은 북방정책을 허물게 된다.

1894년 동학혁명 때 일본군은 불청객으로 한반도에 상륙해 무력으로 병탄했다. 117년이 지난 오늘 다시 남북한 대결의 틈새를 노리고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 상륙을 엿본다. 동족간의 내전이 일제를 불러왔고, 동족끼리의 포격전이 일본 자위대를 부른 형국이다. 일본군이 남쪽 군대와 협력하여 북쪽을 치겠다는, 되풀이되는 통절할 민족사의 비극이다. 작년 한해 우리 수출의 25%가 중국에 치중되고 이것은 미·일·유럽연합(EU)에 수출한 것을 합한 것과 비슷하다. 돈은 중국에서 벌고 미·일과 군사포위망을 만든다면 중국이 언제까지 이런 구도를 보고만 있을까.

한국이 북방관계를 적대하고 남방에만 몰입하는 것은 10년 앞을 내다보지 못한 졸책이다. 지금 북한의 천연자원이 속속 중국 기업으로 넘어가고 이성계가 회군했던 위화도가 중국에 100년 동안 조차된다고 한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제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이 “우리 산 밑에 보화가 무지하게 난다. 이것을 우리끼리 나눠먹어야지 어떻게 중국에 주나”라고 말했다는 것을 문동환 목사가 김 전 대통령에게서 들었다고 전했다. 겨레의 미래를 위해 ‘북한의 보화’, 즉 귀중한 천연자원이 중국에 반출되는 것을 막아야 하지 않을까.

①648년 당태종과 김춘추의 나당동맹으로 백제·고구려 멸망 ②1593년 임진왜란 때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명에 조선 남쪽 4도 분할 요구 ③1894년 영국 외무장관 존 킴벌리가 서울 북쪽은 청나라, 남쪽은 일본 점령 제의 ④1896년 일본 특사 야마가타, 러시아에 39도선 분할지배 제의 ⑤1903년 주일 러시아공사 로만 로마노비치 로젠, 7년 전 일본 제안대로 39도선 분할지배 제의 ⑥1905년 미국 태프트와 일본 가쓰라 밀약, 일본 조선식민화, 필리핀 미국식민화 ⑦1945년 미·소 한반도 분단점령.

이런 역사를 안다면 남북 화해협력 구도를 복원하고 평화통일의 길을 찾아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친일의 혈통을 받고 군사독재의 모유로 성장한 주변과 보수언론의 포위망에서 벗어나야 한다. 10년, 100년 뒤 역사의 평가를 두려워하면서 민족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했으면 한다. 헌팅턴의 예측도 참고하면서. 권력은 짧고 민족은 영원하기 때문이다.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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