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 2.1연구소 소장
우석훈
2.1연구소 소장
2.1연구소 소장
평창겨울올림픽 유치를 위해서 세 번째 시도가 진행된다. 설마, 저 토건세력들이 이번에도 무리하게 할까 싶었다. 그런데 ‘도민 단결’을 명분으로 한 스포츠 쇼비니즘(국수주의)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다분히 전체주의적 분위기로 겨울올림픽 유치에 나섰다. 지난 수년간을 지켜봤는데, 지난번 유치 시도 때는 최소한 “경제성은 있다”는 주장이라도 있었다. 이번에는 그마저도 싹 뺐다. 이제 남은 것은 ‘자존심’이라는 구호 하나밖에는 없는 것 같다.
솔직히 얘기해서, 하계 올림픽이든 동계 올림픽이든, 이런 대형 이벤트, 기본적으로는 흑자를 내기가 아주 어렵다. 시설물이 많이 들어가면 기업 후원이 늘어야 하는데, 평창은 이미 두 조건을 다 만족시키지 못했다. 남은 게 중앙정부의 후원 하나밖에 없는 셈이다. 중앙정부의 후원으로 지방에서 토건사업을 벌이는 이 방식을 언제까지 우리가 해야 하는가? 행사가 끝나면 남는 것은 시설 유지를 위한 지자체의 적자 재정밖에는 없다.
그나마 한국의 토건이 클라이맥스로 달려가던 때에는 그렇게 하면 땅값은 좀 올라서 지방 토호들이 돈이라도 좀 챙겨갔는데, 요즘은 그것도 어렵다. 시민구상권을 통해서 잘못 지급된 돈을 단체장과 담당관들에게 물어내도록 하는 단계로 접어든 F1 대회의 실패가 불과 1년도 안 되었지 않은가?
1990년대 이후로 스포츠 마케팅이 강화되면서 국가로부터 돈을 더 끌어오기 위해서 스포츠 쇼비니즘이 강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연금을 주면서 금메달 쇼비니즘을 강화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중국도 일시금 보상 정도로 넘어가는데, 우리는 과거 동유럽 나라들의 사회주의적 스포츠 쇼비니즘을 아직도 유지한다. 지난 아시아경기대회 때 우리는 메달 수로 일본을 이겼다고 엄청 좋아했지만, 일본은 벌써 사회 스포츠로 전환해 더 이상 우리처럼 쇼비니즘에 죽어라고 매달리지는 않는다. 스포츠를 이렇게 강화했는데도, 우리 국민의 체력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꼴찌이고, 전 연령대, 전 성별에서 일본인들보다 체력이 약하다. 비슷한 사회구조와 경제구조를 갖고 있지만, 스포츠에서는 우리가 일본한테 졌다. 국민들의 체력이 약한데, 엘리트 스포츠에서 메달 몇 개 더 딴다고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지난 두 차례에 걸친 유치붐을 타고 평창 인근에 흘러들어간 투기자본이, 겨울올림픽 유치로 본전이나마 찾고자 전례 없는 3차 유치 흐름까지 만든 걸로 알고 있다. 동네 어린이들까지 행사에 동원하는 것, 그게 지금 우리의 모습 아닌가? 불행히도 투기꾼은 유치가 결정되어서 어느 정도 땅값이 형성되면 바로 처분하고 나올 분위기여서, 강원도에는 경기장의 텅 빈 시설물과 분양되지 않을 건물들만 남을 것 같다. 투기, 토건, 이런 걸로 지역 발전하는 시기가 이제 끝나간다.
진짜 좋은 지역은 너무 살기가 좋아 사람들이 알아서 살러 오는 곳을 말한다. 그걸 ‘정주권’이라고 부르고, 유엔에서도 공간 문제는 이런 정주권 차원에서 다룬다. 지금 강원도는 제주도와 지리산이 가는 방향과 정확히 반대로 가고 있다. 올레길과 둘레길 그리고 공동체, 이건 겨울올림픽과 다른 방향이다. 공사장에 쓸 돈 있으면, 차라리 도내 대학교들을 통해 대학생 무상교육의 여건을 만드는 게 나을 것 같다.
어차피 도청은 삼성과 손잡고 토건으로 마냥 갈 것이다. 그들 의견이야 물어보나 마나인 것 같다. 이쯤에서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에게 묻고 싶다. 토건이냐, 탈토건이냐? 대체로 국민의 절반은 탈토건의 노선을 지지하는 걸로 알고 있다. 절반의 탈토건 국민들과 정주권의 세계로 갈 의향이 대표는 혹시 없으신지? 겨울올림픽 유치에 대한 대표의 의견을 내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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