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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예종석의 오늘 점심] 곤드레밥

등록 2011-03-01 19:36

요즘 들어 크게 출세한 음식에 곤드레나물밥이 있다. 예전에는 강원도에서도 심심산골인 정선과 그 인근에 살던 화전민들이 춘궁기에 배고픔을 달래려고 먹던 음식이다. 곡식이 귀할 때 음식의 부피를 늘리기 위해 해 먹던 곤드레나물밥이 지금은 별미 웰빙음식으로 각광받고 있으니 음식 팔자도 알 수가 없다.

곤드레는 표준명이 고려엉겅퀴인데 도깨비엉겅퀴, 고려가시나물이라고도 한다. 산자락의 풀밭에서 곤드레 잎사귀가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이 술에 곤드레만드레 취한 사람의 몸짓과 흡사하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보릿고개에 굶주린 사람들이 곤드레를 뜯어다 보리나 옥수수 몇 알갱이를 섞어 밥을 해 배불리 먹고는 식곤증을 못 이겨 축 늘어진 모습을 빗대서 그렇게 불렀다는 주장도 있다.

“한치 뒷산의 곤드레 딱죽이 임의 맛만 같다면/ 올 같은 흉년에도 봄 살아나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고개로 나를 넘겨주게”라는 정선아라리의 한 구절만 봐도 곤드레가 어려웠던 시절 산간지방의 굶주린 민초들과 애환을 같이한 식재료임을 알 수 있다. 아무리 구황식품이라 해도 아무거나 먹을 수는 없고 많이 먹어도 탈이 나지 않아야 하며 먹기에 거북하지도 않아야 한다. 곤드레는 특별한 향이 없는데다 씹는 맛까지 있어서 환영받은 셈이다. 요즘의 기준으로는 고랭지에만 서식하는 자연산 무공해 식품으로 다양한 영양소까지 함유하고 있어 건강식품 수요에 딱 맞아떨어지는 식자재가 아닐 수 없다. 최근에는 일부에서 재배도 하고 있어 공급이 원활해졌다.

곤드레나물밥은 본고장인 정선 읍내의 싸리골식당이 유명하며 서울에서는 청계산 등산로 입구의 곤드레집에서 맛볼 수 있다.

한양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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