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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예종석의 오늘 점심] 부추비빔밥

등록 2011-03-08 20:18수정 2011-03-09 14:05

예로부터 부추는 청빈의 상징이었다. 중국 남제(南齊) 때 청백한 삶을 산 것으로 유명한 유고지(庾杲之)는 부추김치, 삶은 부추, 생부추의 세 가지 반찬만 먹었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려 말의 문신 이색과 조선조의 서거정이나 김종직 등의 시에도 부추나물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다산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읊은 원일서회(元日書懷)라는 시에서 ‘말 달리듯 빨리도 세월은 흐르는데/ 해마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봄은 오네/ 아침상에 부추나물도 오르지 않았구나/ 나이는 이제 벌써 사십구세가 되었는데/ 지보의 숨은 걱정 뉘와 함께 얘기할까’라고 노래했다. <정조실록>에는 정조가 신하들에게 “부추나물에 소금국이 비록 박하기는 해도 내주(內廚)의 진수성찬보다 맛은 더 좋으니 경들도 각기 한번 배불리 먹어 보라”고 권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부추가 정력 증강에 효험이 있다는 점이다. 양기를 북돋운다고 해서 기양초(起陽草), 정력을 오래 유지시켜 준다는 의미의 정구지(精久持), 오줌 줄기가 벽을 뚫는다 하여 파벽초(破壁草) 등, 다수의 별칭도 갖고 있다. <본초강목>에도 “온신고정(溫腎固精)의 효과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부추는 불가에서 금기음식으로 꼽는 오신채(五辛菜)에 포함된다. 고매한 학자들이 부추를 즐겨먹은 건 성적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운을 차리기 위해서였으리라.

부추는 한 해에도 여러 번 채취가 가능하지만 이른 봄에 나오는 부추가 보드랍고 맛도 좋아서 제일로 친다. 예로부터 “봄에 나는 부추는 인삼, 녹용과도 바꾸지 않는다”고 했을 정도이다. 서울 다동의 부추밭은 부추비빔밥 하나로 일대에서 이름을 얻고 있는 집이다. 한양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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