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 2.1연구소 소장
우석훈
2.1연구소 소장
2.1연구소 소장
드레퓌스 사건에서 에밀 졸라가 드러내고자 했던 비리 집단은 ‘군부’였다. 물론 군부라는 기관은 없지만, 시민사회가 군인들을 제어할 수 없던 시절, 군부라는 표현이 사용되었다. 한국 금융계에도 이런 자들이 있는데, 통칭하여 모피아라고 부른다. 김대중, 노무현, 그리고 다시 이명박으로 정권이 몇 번이 바뀌었는데도, 돈을 지배하는 숨은 권력, 모피아는 실체가 드러난 적도, 처벌을 받은 적도 거의 없다. 모피아가 아직도 있나? 론스타를 보면, 모피아가 애국 세력은 아닌 것 같다.
한국에서 시민단체는 늘 서명 목표를 100만명으로 잡는데, 실제 이렇게 서명한 것은 효순이 미선이 사건 때, 그리고 해인사 골프장 사건 때, 그 정도인 걸로 알고 있다. 이번에 외환은행을 하나은행에 넘기지 말라고 하는 서명에 100만명이 넘었다. 100만명과 함께하는 싸움에서 정부가 이길 수가 없는데, 이번에는 모피아와 싸우는 셈이라서, 과연 이 결과가 어떻게 될지,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중이다.
정부라는 시각으로 보면, 벌써 세 번째 정권이라서 복잡해 보이지만, ‘모피아의 짓’이라는 눈으로 보면 상당히 간단한 사건이다. 한국 법에서는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는 걸 금지하고 있는데, 모피아들이 론스타라는 헤지펀드의 자금 성격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고 밀실에서 외환은행을 팔아넘겼다. 외자 유치가 명분인데, 가져간 돈이 더 많으니 이건 이미 말이 안 된다는 건 입증되었다. 그럼 뒤처리를 해야 하는데, 다시 투기성 자금이 상당 부분 섞인 하나은행에 외환은행을 넘기고, 국민들이 뭐라고 하기 전에 빨리빨리 사건을 처리한다는 게 모피아 입장인 것 같다. 핵심은 론스타가 대주주 자격이 있느냐는 판단 여부인데, 그 전에 하나은행으로 넘겨서 일단 해치우겠다는 게 이 자들 꿍꿍이 같다.
모피아들은 지난 정권부터 ‘메가뱅크’를 만들어서 한국을 금융중심국가로 가져간다는 걸 주장했다. 이건 2008년의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이미 그 길 아니다라는 게 입증되었다. 투자은행 대세론도 한물갔는데, 아직도 그걸 붙잡고서 하나-외환의 거대은행, 심지어 한국 농업의 핵심인 농협을 금융지주회사로 바꾸는 것도 기본적으로는 모피아 작품 아니겠는가? 어쨌든 국민들 중 100만명은, 그런 식으로 외환은행을 처리하지 말라는 걸 서명으로 이미 의사표현 했다. 어차피 론스타가 가져간 돈은 국민들의 세금 그리고 외환은행을 믿고 저축을 한 예금주들의 주머니에서 털어간 것이다. 그걸 다시 한번 더 털어 하겠다는 건데, 이건 아니라고 본다. 그렇다면 외환은행 후처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1안은, 국민들도 참여하고 다른 은행들도 조금씩 참여하는 공모제를 통한 독자화 방안이다. 외환은행은 현재도 우량은행이고, 충분히 독자생존이 가능하다. 괜히 하나은행하고 합쳤다가 나중에 공적 자금 투여하자고 하는 거, 불을 보듯 뻔한데, 차라리 국민주 방식이 나을 성싶다.
2안은, 이미 금융지주회사로 바뀐 산업은행과의 통합이다. 두 은행의 영업 분야가 달라서 유일하게 합병에 의한 시너지가 나오는 경우이다. 산업은행 민영화라는 복잡한 맥락이 있지만, 모피아들이 자기들 면피하기 위해 그냥 하나은행에 넘겨버리는 것보다는 합리적이다.
내 당장 모피아 해체하라고는 안 하겠다. 그러나 금융 분야에도 국민의 뜻이 있고, 국민들의 의사가 있다는 걸, 100만 서명을 보면서 좀 생각해보면 좋겠다. 나는 외환은행 독자생존을 지지한다. 적은 돈이나마 국민주도 살 용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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