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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선정주의 언론 / 박창식

등록 2011-03-15 20:10

군사기밀을 적국 독일에 넘겼다는 음모에 휘말린 알프레드 드레퓌스 대위가 1899년 2차 재판을 앞뒀을 때다. 그의 형 마티외 드레퓌스는 동생 사건에 주의를 집중시켜 무죄 판결을 이끌어낼 속셈으로 일을 꾸몄다. 동생이 여전히 프랑스령 기아나 ‘악마의 섬’ 형무소에 갇혀 있는데도, 탈옥해 영국에 머물고 있다는 거짓 정보를 한 영국 신문에 흘린 것이다.

프랑스 신문들은 흥분했다. 독일에 조국을 팔아넘긴 유대인 드레퓌스가 자유의 몸이 되었다는 소식을 그대로 넘길 수 없었다. 그중 가장 반유대주의 성향이 강한 <라 리브르 파롤>은 자사 특파원을 동원해 탈주를 도왔다는 배의 선장과 인터뷰를 시도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그 신문은 허구의 인물과 나눈 대화를 보도하면서 대단한 특종을 낚은 것처럼 자랑했다.

1898년 쿠바인을 스페인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출동한 미국 군함 메인호가 쿠바 아바나항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침몰한다. 언론사주 윌리엄 허스트는 <뉴욕 저널>을 통해 근거 없이 스페인의 소행으로 몰아갔다. 심지어 해군이 메인호의 폭발은 자체 사고라고 발표했는데도 <뉴욕 저널>은 보도 방향을 고치지 않았다. 결국 미국은 스페인과의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른다. 미군이 쿠바에 상륙하기 직전 <뉴욕 저널>은 당시로서 경이적인 하루 300만부를 팔았다. 미국 언론인 에릭 번스는 <메인호를 기억하라>라는 책에서 ‘언론의 선정적 보도가 전쟁마저 촉발한 예’로 이 사건을 꼽았다.

일부 우리나라 신문들이 일본 지진을 보도하면서 ‘일본 침몰’ 등의 제목을 썼다. 상하이 총영사관 추문에 연루된 남자 영사들의 신원은 숨겨주고 덩아무개 여인만 실명과 얼굴 사진을 들춰낸 신문도 여럿 있었다. 신문을 많이 팔겠다는 욕심이 앞서, 외국에 대한 속좁은 편견과 선정주의를 드러낸 것이다. 박창식 논설위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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