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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카르타고와 리비아 / 함석진

등록 2011-03-22 20:33

카르타고 사람들은 지중해를 ‘미레 노스트룸’(우리 바다)이라 불렀다. 기원전 146년 로마에 무너지기 전까지 그 나라는 수백년간 지중해에서 적수가 없었다. 시오노 나나미는 5단층 갤리선으로 짠 수백척 선단이 돛을 모두 펼치고 달려드는 모습 자체가 권력이었다고 했다. 옛 카르타고의 땅 북아프리카 사람들은 지금도 그 나라를 가슴에 품고 산다. 지금 처지가 별 볼 일 없을수록 그들의 뿌리이자 자존심으로 향하는 그들의 마음은 깊다. 튀니지 땅끝엔 카르타고라는 도시가 있다. 그 도시의 중앙역은 옛 명장의 이름을 딴 한니발역이다.

로마는 카르타고라면 이를 갈았다. 거의 100년 동안 세 차례의 큰 전쟁을 벌여야 했고, 그중 한 전쟁에선 코끼리 37마리와 4만명의 병력을 이끌고 알프스산맥을 넘어온 한니발을 상대해야 했다. 카르타고를 접수한 로마는 카르타고의 모든 남성을 참수했다. 또 땅엔 소금을 뿌려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하게 했다.

일부 지역이 카르타고의 옛 영토였던 리비아 사람들에게도 카르타고와 한니발은 남다르다. 지금은 철권 독재로 본령을 잃고 말았지만, 아랍연맹과 아프리카연합을 주도하면서 반 서구 민족주의를 강조한 리비아 카다피의 초기 노선의 뿌리를 카르타고에서 찾는 학자도 있다. 망나니긴 하지만 카다피의 다섯째 아들 이름이 한니발이다.

“장군은 평화롭게 사는 데는 아무래도 서투른 것 같소.” 카르타고를 무너뜨린 로마 스키피오 장군이 한니발을 만났을 때 한 말이라고 전해진다. 리비아 민중의 민주화 요구를 탄압하는 카다피 정권, 그 나라 국민을 구하겠다는 명분으로 한 주권 국가를 무참히 폭격하는 서구 열강, 그 뒤에 숨은 석유, 무기, 종교. 인간은 참으로 평화에 서투르다. 옛 로마가 그랬듯이 지금 이탈리아 비행장에서 뜬 폭격기들은 옛 카르타고의 땅 리비아를 유린하고 있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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