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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한국사회] 통일 전에는 원전 증설 안 된다 / 우석훈

등록 2011-03-30 19:52수정 2011-03-30 19:55

우석훈 2.1연구소 소장
우석훈 2.1연구소 소장
경기 성남 분당을 보궐선거와 관련해 의견을 내달라는 요청을 얼마 전에 받았다. 나는 이번에는 한나라당이 어려울 것이라고 대답을 했다. 이유는 천안함 때문이다. 나는 천안함 사건은 북한이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공식적인 설명은 잘 믿기지 않는다, 그 정도 입장이다. 그런데 천안함의 진짜 사회적 효과는 북한 리스크라는 것을 현실로 끌어온 것이다. 먼 곳의 위기에서는 이데올로기가 잘 통하는데, 가까운 곳의 위기는 이제 이데올로기보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된다. 분당도 북한 장사정포 사정거리 안에 들어온다. 위기가 심화되면, 이제 이데올로기보다는 안정성을 선택하게 된다. 한나라당에게는 불행하게도, 이번 재보궐선거는 천안함 1주기랑 맞물려서 잊혀진 공포를 다시 떠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다음 총선은? 천안함 2주기랑 딱 물려 있다. 다음 총선을 예상하면, 아마 서울 이남의 일부 낙후된 경기도 지역 외에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재선이 아주 어려워질 것이다. 야당이 뭘 잘해서가 아니라, 북한 위협 때문에 그렇다. 연평도 다음은? 사람들은 천안함 얘기를 들을 때마다 그 생각을 한다.

장기적으로 한국에서 가장 안전한 땅은? 재산이 100억원을 넘어가면 그때부터 사람들은 ‘전쟁 없는 지역’을 자신이 거주할 곳으로 고민하기 시작한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지역은 스위스의 취리히와 로잔으로 알려져 있다. 오드리 헵번 등 부자들이 노년을 스위스에서 보내는 이유는 단지 그곳이 소득세가 낮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가장 안전한 곳은? 두 가지 함수인데, 북한의 장사정포 사정거리와 원전과의 거리를 부자들은 따진다. 전략적으로 서울을 때리고, 원자력발전소를 때린다. 전쟁이 나면 북한의 전략적 타격지는 이런 곳이다. 충북과 충남의 몇 곳이 이런 ‘안전한 지역’에 해당한다.

서울을 때리면 바로 전쟁이다. 그래서 연평도를 타격 대상으로 선택한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서울을 제외한 최고 수준의 목표는? 그건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원전이다. 물론 북한으로서도 정치적 부담은 클 것이지만, 그들이 늘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우리의 전원 구성은 통합형이라서, 원전 하나가 서면 전체 전력망이 설 위험이 있다. 원전에 미사일이 떨어지든, 자폭 공격을 하든, 원전은 언제나 비대칭 전쟁에서 공격 목표 1번 중의 하나다. 충분히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서울을 공격한 건 아니니까 바로 전쟁으로 들어가기엔 약간 애매할 것이라고 북한이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전쟁 발발 시에는 무조건 원전부터 때릴 것이지만, 긴장 상황에서도 공격 위협은 상존한다. 유럽 원전에서도 테러 발생이 늘 리스크 중의 하나로 검토된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원전을 늘리는 걸 기본계획으로 짤 때에는 북한 리스크라는 건 아예 검토하지도 않았다. 사실 그 시절에는 북한과 남한이 전면적으로 타격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원전 전문가들이 예상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실제로 일상에서 사람들이 우리 집이 장사정포 사정거리에 있는가, 원전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 이런 걸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 우리의 원전! 통일 전에는 신규증설 안 된다. 지진이 문제가 아니다. <조선일보> 주장대로 가장 무도한 군사집단과 우리는 동거중이다. 그런데 믿고 원전을 늘리는가? 강원도 원전? 타격 대상 1번 되고 싶으신가? 북한이 설마 강원도 원전에는 포를 쏘지 않을 정도의 양식을 가진 집단이라고 하거나, 아니면 통일 전에는 원전은 안 된다고 하거나, 그래야 말이 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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