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한용 선임기자
국민참여당 인터넷 누리집(홈페이지)의 머리는 4·27 재보선 김해을 야권단일후보를 100% 전화여론조사로 결정한다는 소식이다. 유시민 대표가 노란 비옷을 입고 ‘야권단일후보 일·월요일 여론조사로 결정됩니다. 집전화 꼭 받아주세요. 외출시는 착신전환’이라고 쓴 팻말을 들고 있다.
또 지지자들이 외출할 때에 대비해 100번을 눌러 착신전환 서비스에 가입하고 휴대전화번호를 등록하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김해을 지역에 거주하는 지인을 추천해 달라고 추천 양식을 띄워 놓았다. “4만5천 당원의 힘으로 기필코 승리해 원내에 진출하자”는 구호도 나온다. 이봉수 예비후보를 국민참여당 첫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런 집념으로 유시민 대표와 국민참여당은 지난해 경기지사 후보 경선에서 김진표 후보를 꺾고 승리한 경험이 있다.
그런데 같은 홈페이지에 천호선 협상대표는 ‘민주당의 유권자 기만을 기록해두고자 합니다’라는 논평을 띄워 놓았다. 여론조사 설문에서 국민참여당 이봉수, 민주당 곽진업 예비후보의 경력을 어떻게 표기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벌인 협상 내용과 민주당의 횡포를 폭로한 글이다. 분당을 이종웅 국민참여당 예비후보의 사퇴와 손학규 대표 지원 선언에 대해 “민주당이 그 흔한 덕담(논평) 한마디 없다. 섭섭하다”고 했던 이백만 대변인의 브리핑도 떠 있다.
김해을 야권통합 후보를 둘러싸고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정치적 이해관계는 정면으로 충돌한다. 4·27 재보선 이후 야권통합 협상이 본격화하면 국회 의석 한 석을 가진 정당과 그렇지 않은 정당의 ‘지분’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국민참여당이 이번 선거에 목을 매는 이유다. 민주당으로서는 민주노동당·진보신당과의 통합도 어려운데, 국민참여당 몫이 커지면 협상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국민참여당의 원내 진입을 극구 저지하는 것이 민주당한테 이롭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적 이해관계나 논리가 전부는 아닌 것 같다.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대립은 정서적인 측면을 동시에 살펴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 ‘정서’라는 것은 과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여부, 출신 지역, 인간관계 등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정치적 감정을 일컫는 것이다. 지난 2003년 민주당 안에서 벌어졌던 ‘난닝구-빽바지’ 싸움과 유사하다.
국민참여당 사람들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유시민 대표가 민주당의 비협조로 결국 경기도지사가 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조금 더 도와줬다면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 성향 유권자들이 유시민 대표를 찍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국민참여당 사람들은 사석에서 민주당 정치인들을 ‘구태’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민주당 사람들은 유시민 대표에 대해 “싸가지 없다”는 딱지를 계속 덧붙이고 있다. ‘왜 저토록 옳은 얘기를 저토록 싸가지 없이 할까’라고 말해, 유시민 대표에게 치명상을 입혔던 김영춘 전 의원은 지금 민주당 최고위원이다. 민주당의 어떤 정치인들은 유시민 대표를 연탄가스에 비유한다. 틈만 나면 스며든다는 얘기다. 모독이다.
본래 같은 편이었던 사람이 등을 돌리면 적보다 더 미워하는 수가 많다. 적과 경쟁자를 구분하지 못하는 우매함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의 기록을 보면 독립운동을 하던 사람들끼리 내부의 정적을 일본 헌병대나 경찰에 밀고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1987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통일민주당과 평민당, 그리고 그 지지자들은 막판에 “김대중(또는 김영삼)이 되느니, 차라리 노태우가 되는 게 낫다”는 막말을 하고 다녔다. 선거 결과는 그대로 됐다.
김해을 야권단일후보는 10일과 11일 여론조사 결과로 결정된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지는 쪽’에서 진심으로 승복하고 열심히 선거운동을 했으면 좋겠다. 내년 국회의원·대통령 선거를 앞둔 야권통합의 가능성은 그 뒤에야 비로소 열린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김해을 야권단일후보는 10일과 11일 여론조사 결과로 결정된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지는 쪽’에서 진심으로 승복하고 열심히 선거운동을 했으면 좋겠다. 내년 국회의원·대통령 선거를 앞둔 야권통합의 가능성은 그 뒤에야 비로소 열린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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