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 〈디프 임팩트〉처럼 혜성이나 소행성이 지구를 들이박는다는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는 1910년 미국에서 만든 11분짜리 〈혜성〉이 원조다. 핼리혜성이 76년 만에 지구를 다시 찾은 해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핼리가 궤도를 벗어나 지구와 충돌한다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그 해 지구인들은 지구가 망하기 전에 한판 즐겁게 놀아보자며 곳곳에서 파티를 열었고, 공포를 못 이겨 자살한 사람도 있었다. 물론 모두 그랬던 것은 아니다. 한 미국 신문은 “혜성이 다가오자, 남편이 개과천선했다”는 글을 머릿기사로 싣는 여유를 보였다.
대충돌로 인한 지구 멸망 예언은 사람들이 심심해질 만하면 다시 나오곤 한다. 지난해 9월29일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의 네 배 정도 떨어져 지구를 스쳐간 토타티스는 1989년 발견된 뒤 한때 지구와 충돌할 것이라는 주장이 일었던 소행성이다. 이탈리아에 본부를 둔 우주방위재단의 안드레아 카루시 회장은 지난 2월 지름 200m짜리 소행성 ‘2004 MN4’가 2035~37년 사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슈메이커-레비 혜성이 목성과 충돌한 1994년의 대사건을 기억하는 이들은 이런 경고를 완전히 무시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지구에서는 1908년 6월30일 중앙시베리아의 퉁구스카에 지름 100m 가량의 혜성 조각이 떨어져 주변 2천㎢의 숲을 납작하게 한 사건 이후 그보다 더 큰 충돌은 아직 없다.
지구는 대충돌의 위험에서 얼마나 안전할까?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분석 결과, 달에 있는 약 2만개의 운석구덩이 가운데 미국 애리조나 사막에 있는 것처럼 지름이 1㎞를 넘는 것은 2천개라고 한다. 달의 나이가 10억살이니 5만년에 하나씩 만들어진 셈이다. 어제 미국의 우주탐사선이 혜성 ‘템펠1’에 물체를 충돌시키는 실험에 성공했는데, 영화에서 처럼 그것을 활용할 기회는 그리 쉽게 오지 않는다는 얘기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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