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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수장 / 김종구

등록 2011-05-03 20:14

김종구 논설위원
김종구 논설위원
남태평양 폴리네시아에서는 수장(水葬)을 용사들의 명예로운 장법으로 여겨 주검을 통나무배에 실어 먼바다로 떠나보내 가라앉히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커크 더글러스와 토니 커티스 등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 <바이킹>에도 바이킹족들이 용사의 주검을 배에 실은 뒤 불화살을 날려 바다로 떠나보내는 장면이 나온다. 이를 선장(船葬)이라고도 하는데, 불타는 배가 어둠 속에서 먼바다로 하염없이 멀어지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안데스산맥 해발 3800m의 고원에 있는 티티카카 호수 주변 사람들은 살아서는 호수에 사는 숭어를 잡아 생활하고 죽으면 수장을 해서 숭어의 밥이 된다고 한다. 아기가 태어나면 그 숭어를 먹고 자라 어른이 된다. 가장 단순한 형태의 인간과 자연의 합일이 이뤄지는 셈이다.

수장의 풍습은 내륙에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명예로운 장법은 아닌 듯하다. 티베트에서는 주검을 물에 던지면 사악한 망령이 인간계로 돌아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 아이를 못 낳은 여자나 나쁜 병으로 죽은 사람을 강물에 던지는 습속이 있었다고 한다. 인도에서도 수장은 가난한 사람들이 행하는 장법으로 인식된다. 우리나라에서도 토장(土葬)이 기본이었다. 사람이 죽으면 혼(魂)은 하늘로 올라가고 백(魄)은 땅으로 내려오는데, 죽은 이의 뼈에 ‘백’이 붙어 있다고 여겼다.

이슬람 세계에서도 수장이 있지만 ‘바다에서 숨진 이의 주검을 부패하기 전에 땅으로 가져오기 힘든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할 뿐 원칙적으로는 “냄새가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고 동물들이 파헤칠 수 없을 만큼 깊이 땅에 매장”하도록 율법에 명문화돼 있다. 미국은 오사마 빈라덴의 묘소가 테러리스트의 성소가 되는 것을 꺼려 수장을 했다고 한다. 죽은 이의 뼈를 땅에 남기지 않으면 후대에 길함도 흉함도 없다는 우리의 풍수학 이론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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