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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경비노동 / 박순빈

등록 2011-05-30 22:31

박순빈 논설위원
박순빈 논설위원
가게 경비원을 고용해야 하는데 그 사람이 물건을 훔쳐갈 우려가 있다면 가게 주인은 어떻게 할까? 경비원 감시자 채용을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런데 주인은 이 감시자까지 경비원과 짬짜미하지 않을까 걱정한 나머지 또 이들을 감독하는 사람을 두려고 한다면, 그 가게는 망한다.

이런 이치를 경제이론으로 정립한 학자가 있다. 미국 샌타페이연구소의 새뮤얼 볼스 교수다. 볼스는 사람의 노동을 두 가지로 나눴다. 첫째는 재화나 서비스 생산에 직접 기여하는 생산적 노동, 둘째는 다른 사람의 생산물을 분배하거나 보존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비생산적 노동이다. 후자에 ‘경비노동’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정치인이나 관료가 하는 일이 경비노동의 대표적 유형이다.

볼스는 경비노동에 대한 사회적 지출이 그 사회의 불평등과 비례하며, 경비노동의 과잉은 부정과 불평등을 제도화해 경제에도 걸림돌로 작용함을 증명했다. 따라서 경비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생산적 노동에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게 볼스 이론의 요지다.

공직자들을 ‘정치적 사업가’로 규정한 경제학자도 있다. 1986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공공선택학파의 창시자 제임스 뷰캐넌이다. 그의 눈에는 멸사봉공의 정신으로 공익에 충실한 공직자는 없다. 규제를 해야 할 이익집단에 포획돼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 쥐’와 같은 집단이다. 때문에 생물학자가 실험용 쥐를 연구하는 것처럼, 경제학자 뷰캐넌은 정치인과 관료의 의사결정 과정을 면밀하게 관찰하는 일에 몰두했다.

부실 저축은행에서 벌어진 불법·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감사원, 국세청, 이제는 대통령 측근까지 수사선상에 올랐다. ‘경비자리’를 꿰차고 주인이 맡긴 재산을 도적질하다 낭패를 본 모습이다.

박순빈 논설위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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