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정부가 제대로 하면 국공립대학이 ‘등록금 안정화 장치’ 될 수 있다
‘반값 등록금’ 문제가 정치권에서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다. 지난해 12월31일치 칼럼에서 “대학까지 전면 무상교육도 가능하다”며 올해 정치권의 통 큰 논쟁을 주문했던 필자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최근의 논란이 좀더 생산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좀더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언하고자 한다.
한국의 대학 등록금이 지금처럼 ‘미친 등록금’이 된 것은 국내의 국공립대학 인프라가 취약한 가운데 주요 사립대들을 중심으로 학벌 서열구조에 안주해 등록금 장사를 해왔기 때문이다. 한국은 사립대 비중이 7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거의 대다수 오이시디 국가들은 국공립대학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구조인데 한국은 정반대다. 사립대 중심의 대학 구조를 가진 것으로 오해되는 미국도 국공립대 비중이 67%에 이른다. 이처럼 취약한 국공립대 인프라는 오이시디 국가들 가운데 국내총생산(GDP) 대비 고등교육 재정지출 비중이 두 번째로 낮은 현실과도 맞물려 있다.
따라서 대학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공립대학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고 교육재정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이렇게 대폭 확충된 국공립대의 등록금을 무상으로 하고 동시에 양질의 교수 확충 등을 통해 교육 서비스의 질을 높여가야 한다. 그렇게 하여 비용(등록금) 대비 편익(교육 서비스의 질) 측면에서 지방 국공립대가 좋아진다면 점진적으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국공립대로 몰리게 되고, 사립대의 위상은 점차로 약해질 것이다. 5~10년에 걸쳐 이런 식으로 꾸준히 지원을 하면 대학 서열 구조와 경쟁 구도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립대가 마구잡이로 등록금을 올리는 일은 점차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즉, 국공립대 인프라 확충 및 질적 개선이라는 정부의 역할을 제대로 하면 국공립대가 ‘가격(등록금) 안정화 장치’로서 기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방 국공립대의 수준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수도권으로 몰리던 젊은이들이 지방에 남게 돼 지역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된다. 수도권은 대학 진학에 따른 젊은이들의 유입으로 유발되는 주거난, 교통혼잡, 환경오염 등 막대한 ‘과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반면 지방은 인구 감소와 최소한의 젊은 인재 부족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도 일정하게 극복할 수 있다. 특히 수도권으로 몰리는 지역의 젊은이들이 대학 졸업 후 해당 지역에 남아 산학연 협력을 토대로 지식벤처를 활발히 창업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 때처럼 각종 개발사업마다 수천억~수조원의 재정을 쓰지 않고도 활발한 지식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얼마든지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로 자리잡은 학벌 문제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 이렇게 같은 돈을 쓰더라도 정책을 잘 디자인하면 대학 등록금 부담을 줄일 뿐만 아니라 대학교육의 질 향상과 지식정보화 시대에 걸맞은 지역 균형발전, 활발한 일자리 창출 등 1석4조 이상의 효과를 만들 수 있다.
물론 이렇게 국공립대학의 등록금을 낮추고 교육서비스 수준을 끌어올리려면 함께 추진할 많은 과제가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고교 졸업자에 대한 다양한 진로기회 제공 및 대학의 구조조정이다. 또한 재원 확보 방안도 매우 중요한 과제이지만, 이에 대해서는 여러 기고문과 책 등을 통해 소개한 바 있으므로 여기에서는 생략하자. 다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국공립대학까지 전면 의무교육을 통해 이 나라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사회적 선택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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