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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유성기업 효과 / 이원재

등록 2011-06-01 19:05수정 2013-05-16 16:40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자동차야 현대차가 책임지고 만드는 것,
하청 중소기업은 언제나 대체될 수 있다는 게 통념이었다
주식시장의 ‘유성기업 효과’는 금세 사그라들었다. 5월20일부터 급등세가 시작됐던 유성기업 주가는, 파업중인 직원들이 모두 연행된 뒤에도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다가 5월30일부터 꼬리를 내리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유성기업의 파업으로 한국 자동차산업 전체가 마비될 지경이라는 조간신문 기사가 주가를 자극했다. 아니, 이름도 생소한 회사인데, 파업 때문에 한국 경제가 흔들릴 지경이라고? 엄청난 시장지배력을 가진 기업 아닌가? 아무리 중소기업이라도 무시할 수 없는 주가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투자자들은 달려들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우왕좌왕했다. 이런 ‘중소기업 따위’는 제대로 분석해본 일도 없기 때문이다. 하기야 한국 경제에서 하청 중소기업이란 너무나 작고 하찮은 존재다. 자동차야 현대자동차가 책임지고 만드는 것이고, 하청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의존적인 허약한 존재이고 언제나 대체되고 사라질 수 있다는 게 통념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부품업체 하나가 산업 전체를 멈출 수도 있다. 한국 경제에서 중소기업은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면, 작아도 탄탄하고 유망한 기업일 수 있고, 그래야 옳다. 놀라운 깨달음이다. 유성기업이 우리 사회에 가져다준 첫번째 효과다.

유성기업 직원들은 왜 파업을 했나? 그들의 요구사항은 사실 단순했다. 밤에는 잠을 잘 수 있는 작업구조를 짜 달라는 요구였다. 그렇지, 아무리 공장 노동자라도 밤에는 잠을 자야지. 평생 밤을 새우면서 노동하는 건 비인간적이지. 아이들과 대화도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해야 하는데. 두번째 효과다.

그들의 연봉이 7000만원이라고 했다. 너무 높은가? 같은 직장에서 30년을 일했다. 낮밤이 계속 바뀌는 고된 노동에, 한달 80시간의 잔업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달러(약 2200만원)이고, 4인 가족 외벌이라면 8만달러(약 8800여만원)이다. 아이들을 대학에 보낼 때가 됐고, 생활이 불규칙해 맞벌이는 어렵다. 7000만원은 부당하게 높은 연봉인가? 그렇지, 중소기업 다니더라도, 기술을 가지고 수십년을 성실하게 일하면 7000만원 정도는 당연히 받을 수 있어야지. 당당하게 내 자식 대학도 보낼 수 있어야지. 세번째 효과다.

고액연봉자가 무슨 파업이냐고? 유성기업 노조의 파업 신고를 받은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이 파업이 합법이라고 판단했다. 연봉 7000만원이라도,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파업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파업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거나 기업을 파괴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그렇지, 고액연봉자도 노동자다. 네번째 효과다.

경찰은 지난 5월24일 오후 4시께 병력을 전격 투입해 별다른 충돌과 저항 없이 파업중인 유성기업 직원 530여명을 연행했다. 동반성장위원회(위원장 정운찬)는 27일까지 중소기업계로부터 중소기업 적합업종 및 품목(제조업)을 접수했고, 향후 이 중에서 대기업 진입 금지 품목을 선정할 예정이다.

28~29일 한겨레경제연구소가 주관한 아시아 사회책임경영 전문가회의에서는 한·중·일 전문가들이 한국 경제 주요 문제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경제적 격차를 지적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30일 ‘연봉 7000만원을 받는 근로자들이 불법파업을 벌이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세상은 아주 천천히, 때로는 흔들리면서, 그러나 분명히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한국 사회 뇌리에 박힌 ‘유성기업 효과’는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 timela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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