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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1991년 ‘오래된 미래’로서의 북한 / 강태호

등록 2011-06-19 19:20수정 2013-05-16 16:41

강태호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강태호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20년전 김일성 주석 방중 뒤
핵·후계·대외관계 중대결정
이번 김 위원장 방중 뒤에는…
북한이 나진-선봉을 자유무역지대로 선포한 것은 1991년 12월이었다. 그해 10월 김일성 주석의 중국 방문 결과 취해진 것이었다. 방문 직후인 10월16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는 ‘중국적 특성에 맞는 사회주의의 변형·발전을 높이 평가’하는 성명과 함께 이런 조처를 취했다. 마찬가지로 지난 6월6일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열린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5월 방중 결과를 평가하면서 황금평 위화도를 경제특구로 지정하고, 9일엔 중국이 참여하는 나진선봉특구 공동개발 착공식이 열렸다. 이로써 나진-선봉 자유무역지대는 20년 만에 잠에서 깨어나 도약을 준비하게 됐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문은 20년 전 김 주석의 중국 방문을 연상시킨다. 김 위원장은 장쑤성 양저우를 찾아감으로써 그런 의미를 적극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그가 이틀 밤을 특별열차에서 보내며 2000여㎞를 달려간 건 양저우가 장쩌민 전 주석의 고향이자 1991년 10월 김 주석의 생애 마지막 발자취를 밟아가려는 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당시 79살의 고령으로 김정일 후계체제로의 수순을 밟고 있던 김 주석은 장 총서기와 함께 고향을 찾아 ‘대를 잇는 친선’을 다짐하려 했다. 마찬가지로 이번 여정에서 북-중 협력을 한단계 발전시킴과 동시에 나이 어린 아들 김정은으로의 후계체제에 대한 협력을 재확인하려 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 주석이 91년 북한이 직면한 현실 속에서 보여준 행보는 마치 ‘오래된 미래’를 보는 듯하다. 지금의 김 위원장 방중 이후를 비춰보는 하나의 거울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워싱턴 포스트> 기자를 지낸 한반도전문가인 돈 오버도퍼가 쓴 <두 개의 한국>에 따르면, 김 주석은 당시 최고실권자인 덩샤오핑과 장 총서기 등으로부터 조언을 들었다. 또 9월27일 아버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전술핵무기 철수에 호응해 북한의 핵개발 의혹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건 그해 여름 보수파의 불발 쿠데타를 기점으로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권력을 상실해가는 새로운 정세 속에서 중국과의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대미 대남 관계에서 전략적 결단을 내리는 하나의 분수령이었다. 실제로 앞서의 당 정치국 회의를 시작으로 북한은 11월25일 외교부 성명으로 “국제원자력기구의 핵안전협정에 서명하겠다”고 밝혔으며, 12월24일엔 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열어 핵시설 사찰을 허용하고 남한과 쌍무 핵협정을 체결하도록 결정했다. 남북은 12월31일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합의했다. 김정일 비서를 군 최고사령관에 추대하는 결정도 이 중앙위 전원회의에서였다. 또한 핵문제의 진전과 병행해 남북관계에서는 방중 직후인 10월과 12월 잇따라 고위급 회담을 재개해 이른바 남북기본합의서를 타결짓는다. 미국의 한반도전문가인 셀리그 해리슨은 이 당 중앙위 전원회의가 핵, 후계문제,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대미관계에서도 한국전쟁 이래 견지해온 주한미군 철수 요구를 유보하기로 하는 등 중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주석과 덩샤오핑의 만남은 그해 10월이 마지막이었다. 생을 마감하는 시기에 두 사람이 간 방향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덩이 석달 뒤인 92년 1월 개혁개방을 확대심화하는 ‘남순강화’에 나섰다면, 김 주석은 같은 시기 김용순 당비서를 뉴욕에 보내 아널드 캔터 미 국무차관과 한국전 이후 최초의 북-미 최고위급 회담을 열었다. 그러나 93년 1차 핵위기가 그 길을 갈라놨다. 오버도퍼, 해리슨 등은 92년 대선의 정권교체기에 한·미의 혼란스런 정책결정에도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20년 뒤인 2012년 우린 또다른 선택을 맞고 있다.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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