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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공직 반란 / 박순빈

등록 2011-06-20 19:17

막스 베버는 목적의식을 가진 노동과 윤리적 이윤 추구가 자본주의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봤다. 또 합리적 권위에 바탕을 둔 관료체제가 자본주의 정신을 싹틔운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관료라는 직업을 ‘신의 부름’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베버는 중국의 자본주의 발달이 더딘 이유를 비합리적 관습과 부패에 찌든 관료체제에서 찾았다.

사실 중국의 관료제도는 서구 사회에 견줘 1000년 이상 앞섰다. 신분을 따지지 않고 재능과 뜻이 있는 자에게 관직의 길을 열어준 과거제도는 기원전 한나라에서 처음 도입돼 9세기 송(宋)대에 완성됐다. 중세 유럽에도 관료제는 있었지만, 중국과 달리 관직은 모두 세습관료들이 차지했다.

중국의 관료제도는 명나라 3대 황제인 영락제(재위 1402~1424년) 때 절정에 이르렀다. 황제가 직접 과거시험 교과서를 정할 만큼 널리 유능한 인재를 공평하게 등용하는 일에 힘썼다. 하지만 과거제도와 관료체제가 무르익을수록 부작용과 폐단도 커졌다. 우선 과열 입시경쟁이 극에 달했다. 당시 관원이 된다는 것은 개인은 물론 전체 가문과 지역의 꿈이자 희망이었다. 여인들은 너나없이 거울 뒤쪽에 ‘오자등과’(五子登科: 자식을 다섯 낳아 나란히 과거에 합격시킨다는 뜻)의 염원을 새길 정도였다. 오로지 경쟁에서 이기는 일에만 도가 트인 자들이 관직을 차지하자 거대한 특권계급으로 부상했다. 그리고 뇌물과 녹봉을 구분하지 못하고 부패에 물들었다. 부패 관료의 전횡과 폐단은 명나라를 여러 차례 파국으로 몰고 갔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주말 국정토론회에서 최근 잇따라 불거진 공직비리와 관련해 “나라 전체가 온통 썩었다”며 한탄했다. 공직자들이 영혼은 팔아먹고 오로지 윗사람 눈치나 보며 특권과 부패에 물들게 한 책임은 누구한테 있을까? 박순빈 논설위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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