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 선임기자
“말과 행동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지겠다. 천막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권영세)
“위기의 한나라당을 구하는 마지막 기회다. 변화하고 쇄신해야 한다.”(박진)
“홍준표·나경원·원희룡 후보가 대표가 되면 곤란하다. 새 사람이 대표가 돼야 한다.”(남경필)
“총선에서 지역구는 신인에게 양보하겠다. 변화와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원희룡)
“국민 앞에, 권력 앞에, 야당 앞에 당당한 한나라당이 돼야 한다.”(홍준표)
“대표를 확실히 바꿔야 한다. 보수의 적자로서 당 개혁에 나섰다.”(유승민)
“풍전등화의 당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40대 여성이 대표가 돼야 한다.”(나경원)
상대에 대한 공격에는 날이 서 있었다. 무상급식, 감세, 대북정책을 놓고 토론할 때는 경륜이 묻어 나왔다. 26일 밤 녹화하고 27일 방송된 한나라당 대표 경선 텔레비전 토론은 시종 진지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결론은 “내가 대표가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후보로 나선 7명은 기탁금 1억2000만원씩을 냈다. 선거비용 상한액은 2억5000만원이다. 대개 빚을 내거나 적금을 깼다. 그런 거액을 들여 당내 경선에 출마한 이유가 뭘까? 당장은 내년 국회의원 선거 때문일 것이다. 한나라당 누구도 내년 국회의원 당선을 장담할 수 없다. 불출마 선언을 한 원희룡 의원은 서울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다 좋다. 정치인의 꿈은 처음엔 국회의원, 나중엔 최고 권력이다. 그런데 국민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 누가 무엇이 되든 관심 없다. 내가 먹고사는 문제가 훨씬 더 중요하다. 당장 이번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눈길을 끌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이 너무 힘든 탓이다. “이러다 우리 내년에 다 떨어진다”는 수도권 소장파 의원들의 말이 오히려 분노를 키우고 있다. “우리는 힘들어 죽겠는데 당신들은 선거 걱정만 하고 있느냐”는 것이 민심의 현주소다. 물가는 자꾸 올라가는데 월급은 제자리다. 비싼 등록금 내고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가 없다.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선거로 정치인을 뽑는다. 정치의 본질은 결국 경세제민(經世濟民)이다. “내가 정권을 잡으면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세금을 많이 내고 적게 버는 사람은 적게 냅니다. 돈이 많다고 해서 나라나 사회의 형편도 생각지 않고 사치와 낭비하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부유세와 특별세를 받는 일대 조세혁명을 단행할 것을 공약합니다. (중략) 이중곡가제와 도로포장, 초등학교 육성회비 폐지, 기타 지금까지 내가 한 공약에 모두 690억이 필요합니다. 지금 우리나라 예산 5200억의 1할5부만 절약해도 750억이 나옵니다. 오늘날 특정 재벌과 결탁해 합법적으로 면세해준 세금만 1200억입니다. 정권을 잡아 받아들일 것을 받아들이면 이 같은 일을 하면서도 오히려 돈이 800억이나 남는다는 것을 여러분에게 말씀드립니다.” 1971년 대통령 선거에 나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충단공원 연설이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국민들의 삶에 어떤 변화가 오는지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는 ‘내가 정권을 잡아야 돈이 돌아 장사도 잘되고 과부도 먹고산다’고 말하고 다녔다. 지금은 좀 유치해 보이지만 장사하는 사람과 과부들로서는 귀에 쏙쏙 들어오는 얘기였을 것이다. 일제강점과 전쟁을 겪은 우리나라에서 과부는 빈곤계층의 상징이었다. 무릇 정치인의 말은 이래야 한다. 한나라당 대표 후보들에게 이런 연설을 듣고 싶다. “중산층이었다가 97년 외환위기 때 빈곤계층으로 추락한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들을 중산층으로 복귀시키는 것,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주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나의 간절한 소망입니다. 당 대표로서 모든 것을 여기에 걸겠습니다. 1년 안에 확실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정치 그만두겠습니다.”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해소를 위한 매우 구체적인 정책 대안, 그리고 재원 마련 방안까지 내놓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정치는 공직이다. 공동체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공익 세포’가 최소 51%는 되는 사람들이 정치를 해야 한다.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후보로 나선 7명은 기탁금 1억2000만원씩을 냈다. 선거비용 상한액은 2억5000만원이다. 대개 빚을 내거나 적금을 깼다. 그런 거액을 들여 당내 경선에 출마한 이유가 뭘까? 당장은 내년 국회의원 선거 때문일 것이다. 한나라당 누구도 내년 국회의원 당선을 장담할 수 없다. 불출마 선언을 한 원희룡 의원은 서울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다 좋다. 정치인의 꿈은 처음엔 국회의원, 나중엔 최고 권력이다. 그런데 국민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 누가 무엇이 되든 관심 없다. 내가 먹고사는 문제가 훨씬 더 중요하다. 당장 이번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눈길을 끌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이 너무 힘든 탓이다. “이러다 우리 내년에 다 떨어진다”는 수도권 소장파 의원들의 말이 오히려 분노를 키우고 있다. “우리는 힘들어 죽겠는데 당신들은 선거 걱정만 하고 있느냐”는 것이 민심의 현주소다. 물가는 자꾸 올라가는데 월급은 제자리다. 비싼 등록금 내고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가 없다.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선거로 정치인을 뽑는다. 정치의 본질은 결국 경세제민(經世濟民)이다. “내가 정권을 잡으면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세금을 많이 내고 적게 버는 사람은 적게 냅니다. 돈이 많다고 해서 나라나 사회의 형편도 생각지 않고 사치와 낭비하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부유세와 특별세를 받는 일대 조세혁명을 단행할 것을 공약합니다. (중략) 이중곡가제와 도로포장, 초등학교 육성회비 폐지, 기타 지금까지 내가 한 공약에 모두 690억이 필요합니다. 지금 우리나라 예산 5200억의 1할5부만 절약해도 750억이 나옵니다. 오늘날 특정 재벌과 결탁해 합법적으로 면세해준 세금만 1200억입니다. 정권을 잡아 받아들일 것을 받아들이면 이 같은 일을 하면서도 오히려 돈이 800억이나 남는다는 것을 여러분에게 말씀드립니다.” 1971년 대통령 선거에 나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충단공원 연설이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국민들의 삶에 어떤 변화가 오는지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는 ‘내가 정권을 잡아야 돈이 돌아 장사도 잘되고 과부도 먹고산다’고 말하고 다녔다. 지금은 좀 유치해 보이지만 장사하는 사람과 과부들로서는 귀에 쏙쏙 들어오는 얘기였을 것이다. 일제강점과 전쟁을 겪은 우리나라에서 과부는 빈곤계층의 상징이었다. 무릇 정치인의 말은 이래야 한다. 한나라당 대표 후보들에게 이런 연설을 듣고 싶다. “중산층이었다가 97년 외환위기 때 빈곤계층으로 추락한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들을 중산층으로 복귀시키는 것,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주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나의 간절한 소망입니다. 당 대표로서 모든 것을 여기에 걸겠습니다. 1년 안에 확실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정치 그만두겠습니다.”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해소를 위한 매우 구체적인 정책 대안, 그리고 재원 마련 방안까지 내놓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정치는 공직이다. 공동체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공익 세포’가 최소 51%는 되는 사람들이 정치를 해야 한다.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연재성한용 칼럼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