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하는 어른들의 말은 대개 편애에 대한 변명이다. 편애는 무의식적인 차별이다. 때로는 편애가 ‘이유 없는 미움’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아무튼 편애는 반교육적이다.
교실에서 아이들은 선생님이 그린 자기 모습을 따르는 경향이 있다. 실험 결과로 증명됐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의 로버트 로젠탈 교수는 1960년대 초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에서 ‘지적 잠재력이 뛰어난 학생’을 무작위로 뽑아 교사들에게만 명단을 줬다. 몇 개월 뒤 검사 결과, 실제로 그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명단에 없는 학생들보다 더 높아졌다. 명단에 있는 학생들에 대한 교사의 기대와 관심이 은연중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로젠탈 교수의 실험 결과를 교육심리학에선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한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키프로스의 조각가 피그말리온의 이야기에서 따온 용어다. 피그말리온이 아름다운 여인상을 조각해 놓고 사랑에 듬뿍 빠졌더니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조각상에 진짜 생명을 불어넣어 피그말리온의 아내가 되게 해줬다는 이야기다.
다른 사람의 기대와 관심, 좋은 평판은 누구한테나 힘이 된다. 반대로 부정적인 시각이나 평판은 굴레가 된다. 교육현장에선 이를 ‘낙인효과’라고 한다. 지난해 11월에는 한나라당 권영진 의원이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4대 교육비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낙인효과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이를 차단할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도하는 서울시 초중등학생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소득 하위 50% 학생을 대상으로 무상급식’과 ‘소득 구분 없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한 무상급식’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성적순 우열반도 모자라 아이들을 ‘소득순 상하급반’으로 내몰겠다는 건가.
박순빈 논설위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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