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호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추석맞이 대통령과의 대화’ 중
이명박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발언에는 곱씹어 볼 대목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발언에는 곱씹어 볼 대목이 있다
우다웨이 중국 한반도사무 특별대표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4월7일 베이징에서 만나 6자회담 재개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중국은 북을 설득해 먼저 남북대화를 시작하고 이후 북-미 대화 그리고 최종적으로 6자회담을 재개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돼 있다. 그리고 4월17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한국을 방문해 남북대화→북-미 대화→6자회담으로 이어지는 3단계 6자회담 재개 프로세스를 공식화했다. 미·중은 이어 5월 워싱턴에서의 3차 미-중 전략대화를 통해 한반도 등 아태지역 문제를 논의할 차관보급 실무 협의기구를 출범시켰다. 지난 7월 ‘인도네시아 발리의 남북회담과 뉴욕의 북-미 대화’는 이런 미·중의 ‘협력적 개입’이 만들어낸 것이다. 달리 말하면 미·중 정상이 지난 1월 합의한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로 이어질 수 있는 필요한 조처’가 작동한 결과였다.
그렇다면 이제 6자회담은 재개될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한·미는 6자회담으로 직행할 생각이 아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8월24일 울란우데에서의 북-러 정상회담에서 앞으로의 ‘일련의 회담 과정에서 핵물질 생산 및 핵실험을 잠정 중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쪽의 전언이기에 모호한 측면이 있지만, 이에 대해 한·미는 우라늄농축 중단 등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선행조처가 충족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추석 직전 워싱턴을 방문하고 돌아온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은 10일 한·미가 6자회담으로 가는 또 하나의 과정으로 남북, 북-미 대화의 ‘2라운드’를 설정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한·미가 6자회담으로 가는 문턱을 높이면서 회담 재개는 어려워진 것일까? 남이 북-미 대화를 가로막고, 북이 이른바 ‘통미봉남’을 노린다고 보면 그렇다. 그러나 현실의 움직임은 사뭇 다르다. 우선 미국이 요구한 우라늄농축 중단 등 비핵화의 선행조처를 놓고 북·미는 뉴욕채널을 통해 활발한 물밑 교섭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음 남북의 비핵화 회담은 베이징이 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아예 북한이 대미 협상주체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대남 협상주체는 리용호 부상으로 이원화했다는 얘기도 있다. 위성락 본부장이 말한 것처럼 “지금은 대결 국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크게 봤을 때 대화국면에 있다고 봐야 한다”.
어떤 대화국면인가? 지난 2009년 8월 초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차 핵실험 이후의 제재·대결 국면에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초청해 북-미 협상 국면으로의 반전을 꾀했다. 그러고는 8월 중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맞이해 남쪽엔 특사·조의 방문단을 보냈다. 남북관계의 복원을 시도한 것이다. 당시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를 ‘통미봉남’이 아닌 북-미, 남북관계 발전을 연동하는 전략으로 규정한 바 있다. 이 특사·조의 방문단의 이명박 대통령 면담은 그 뒤 싱가포르에서의 남북 비밀접촉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무산된 지난 5월의 베이징 남북 ‘비밀접촉’을 포함해 지금 남북, 북·미는 두번째 대화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8일 ‘추석맞이 대통령과의 대화’ 중 이명박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발언에는 곱씹어 볼 대목이 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한다면 정말 한반도 평화를 가져오고, 북한이 도발하지 않는다는 이런 보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천안함·연평도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보장’이라고 했는데 굳이 말하면 이는 사과는 생략된 재발 방지를 뜻한다. 그것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하자는 것이다. kankan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