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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성한용 칼럼] 20~30대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등록 2011-10-12 19:23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대권 도전하지 마세요. 시장님으로 삼선만 해주세요.”

“여의도 공원이나 서울숲, 둥둥섬처럼 큰 공원이 아니라, 200~300평 정도의 작은 공원을 동네에 만들어 주세요. 공동체 복원의 소통 공간이 필요합니다.”

“시청에 동물보호과를 신설하고, 각 구청에 동물보호 전담 공무원을 둬야 합니다.”

서울 종로경찰서 맞은편에 박원순 후보 선거사무실이 있다. 이곳을 방문하는 시민들이 후보를 지지하는 글이나 정책 제안을 종이에 써서 유리창에 다닥다닥 붙여 놓았다.

사무실 칸막이는 온통 유리로 되어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민들이 자유롭게 방문해 자원봉사자들에게 온갖 의견을 쏟아 놓는다. 기존 정당의 선거사무실과는 다른 분위기다. 특히 청바지를 입은 20~30대가 종종 눈에 띈다.

박원순 후보는 지난 10월3일 야권 단일후보 경선에서 42%를 차지한 39살 이하 선거인단의 압도적 지지로 승리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증언이다.

“투표 마감 7시를 앞두고 젊은 사람들이 뛰는 모습이 보였다. 정당 생활 20년을 해 봤지만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뛰는 모습은 처음 봤다. 그 순간 승부는 끝났다는 것을 알았다.”

“상당수 민주당원들이 20~30대 자식들을 선거인단에 등록시켰다. 민주당에서 동원한 표를 다 합치면 당연히 박영선 후보가 압승을 거두게 돼 있었다. 그러나 자식들은 박원순 후보를 찍었다.”


20~30대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어른이 된 세대다. 87년 당시 15살 중학교 3학년생이 지금 39살이다. 2002년 촛불집회와 월드컵 응원 때 거리에 나왔던 21살 대학생이 벌써 30살이다. 이들은 박정희·전두환 정권에 억눌렸던 트라우마가 없다. ‘즐거움’, ‘나눔’, ‘정의’를 추구한다. 앞 세대가 정치적 민주화를 갈구했다면, 이들은 경제적 민주화, 사회적 민주화를 갈구한다.

“40대의 민주적 성향이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겪으면서 형성된 ‘가치·문화적’인 것이라면, 20~30대의 진보적 성향은 외환위기(1997년) 이후 본격화된 신자유주의와 양극화를 겪으면서 형성된 ‘계층적·경제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20 대 80’의 사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이에 대한 저항 의식과 세대 정체성을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유창오 <진보세대가 지배한다>)

세대는 계급이다. 20~30대는 주변부에 속속 편입되고 있다. 중심부로 가는 길은 막혀 있다. 세상은 등록금, 일자리 등 20~30대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 왜 그럴까? 정치적으로 무력하기 때문이다. 투표율이 낮기 때문이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당시 세대별 유권자 비율은 19살 1.7%, 20대 17.9%, 30대 21.4%, 40대 22.4%, 50대 17.2%, 60대 이상 19.4%였다. 20~30대를 합치면 50~60대를 합친 것보다 많다. 그렇다면 20~30대가 선택한 후보가 당선돼야 할 텐데 그렇지 않았다. 전체 투표율은 54.5%였지만, 20대는 41.5%, 30대는 45.9%에 그쳤다. 40대 55.0%, 50대 64.1%, 60대 이상 69.3%와 대비된다.

서울시장 후보 여론조사에서 박원순 후보는 20~30대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따라서 20~30대 투표율이 올라가면 박원순 후보가 당선된다. 20~30대가 투표하지 않으면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이긴다.

한나라당도 이런 선거 지형을 잘 알고 있다. 나경원 후보는 무상급식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박원순 후보에게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고 믿느냐, 믿지 않느냐”고 따졌다. 고정표 다지기다. 그러면서 박원순 후보 흠집 내기에 열심이다. 김기현 대변인은 물론이고 홍준표 대표까지 나섰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대정부질문에서 총리를 상대로 ‘박원순 의혹’을 추궁하는 코미디를 하고 있다.

하긴 옛날에도 그랬다. 선거판을 이전투구로 만들어 젊은이들의 투표율을 떨어뜨렸다. 그런 수법으로 집권층은 기득권을 유지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정권이 그랬다. 지금 한나라당이 그러고 있다.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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