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호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그간 대북정책에서 진정한 의미의
외교가 설 자리는 없었다
이제 전혀 다른 상황을 맞고 있다
외교가 설 자리는 없었다
이제 전혀 다른 상황을 맞고 있다
대선 당시 오바마가 내세웠던 대북정책 기조는 ‘단호한 대응과 직접적인 대화’였다. 그러나 집권 뒤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은 이른바 ‘대화와 압박’의 투트랙으로 변했다. 직접대화의 과감함은 없었고, 제재는 단호했을지 몰라도 효과가 없었다. 말이 투트랙이지 대화는 사라졌다. ‘전략적 인내’라는 정책이 엉거주춤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는 대책 없는 또는 북한이 망하기를 기다리는 전략이 됐다. 미 국무부 정보조사국 담당관을 지낸 북한문제 전문가인 로버트 칼린의 말은 옳았다. 그는 “북핵 문제는 적대적인 입장으로는 절대 해결될 수 없고, 그렇다고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은 가장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전략적 인내는 북한 핵무장력 강화와 중국의 영향력 확대, 북한의 도발 및 남북 군사적 충돌에 속수무책이었다. 진정한 의미의 외교가 설 자리는 없었다.
이제 우리는 전혀 다른 상황을 맞고 있다. 지난 7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첫 남북 비핵화 회담과 뒤이은 북-미 뉴욕회담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표현을 빌리면 ‘탐색적인 대화’였다. 9월의 2차 베이징 남북 비핵화 회담과 10월 중 베를린 또는 싱가포르 등 제3국에서 열릴 2차 북-미 협상은 사실상 6자회담 프로세스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무엇이 달라진 것인가? 투트랙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하지만 이 정부의 누구도 이제 ‘대화를 위한 대화는 없다’는 식의 말을 하지 않는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의 말은 ‘유효한 접근으로 대화 통로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북정책을 책임지게 될 웬디 셔먼 국무부 정무차관이 지난달 인준 청문회에서 내놓은 메시지도 대화다. 그는 ‘당근과 채찍’을 말했다. 그러나 강조점은 북한이 ‘현명한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선택의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이제 본격적인 외교가 시작되려 하고 있다. 13일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부터 19일 서울에서의 한-일 정상회담에 이어, 11월 초에서 중순까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양자·다자의 정상외교가 잇따른다. 11월 3~4일 프랑스 칸에서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뒤이어 12~13일엔 미국 하와이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가 열린다. 일주일 뒤인 18~19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선 동아시아정상회의(EAS)가 있다. 이 모든 회의에서 한국을 포함해 미·중·러·일은 다양한 다자·양자회담을 통해 현안을 조율하게 된다.
지난 1월 미-중의 워싱턴 정상회담은 남북 대화와 6자회담 재개 국면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마찬가지로 오바마-후진타오의 양자회담은 앞으로의 한반도 정세 변화를 추동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기간에 열릴 한-러 정상회담은 남·북·러 가스관 사업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8월 초 모스크바 한-러 외교장관 회담과 울란우데 북-러 정상회담 이후 가스관 사업은 한-러, 북-러 협의로 따로 진행돼 왔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와 북한은 가스관 사업 양해각서를 체결한 데 이어 송전선 및 철도 연결 문제까지 협력의 범위를 넓혔다. 한-러 정상회담은 남·북·러 3자의 ‘정상 차원에서의 합의 내지 보증’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대북 제재에 가장 앞장서온 일본도 움직이고 있다.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납치 문제를 풀 수 있다면 언제든 방북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말은 11월 중순 에토 세이시로 중의원 부의장 등 일본 의원들의 방북을 앞두고 나온 것이다. 남북, 북·미 등의 협상 국면이 북-일 관계에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한반도 정세는 전방위적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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