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그라는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의 대명사다. ‘비타민 V’ ‘푸른 다이아몬드’ 등의 애칭까지 얻으며 전세계에서 하루 평균 2500만명의 성인 남성이 찾는다고 한다.
이 약품은 원래 실데나필이라는 물질 덩어리이다. 영국 과학자가 1990년에 개발했는데,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1996년 특허 등록을 하고 1998년 비아그라라는 이름으로 판매 승인을 얻어 시장에 등극하게 됐다. 한달 평균 매출이 1억580만달러(약 1800억원)에 이르며, 무엇보다 시장가격이 원가의 300%를 웃돌 정도로 수익성이 좋아 제약업계로서는 ‘꿈의 제품’이다.
이런 비아그라의 특허가 내년 5월17일로 끝나 전세계 제약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너도나도 복제약 개발에 뛰어든 것이다. 국내에서도 실데나필 성분의 복제약 개발을 진행중인 제약사가 16곳에 이른다. 복제약이 쏟아지면 약값도 크게 떨어지게 된다. 국내 발기부전 환자들한테는 한국판 ‘반값 비아그라’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하지만 화이자가 가만있을 리가 없다. 물질특허는 끝나지만 용도특허(상품화 기술에 대한 특허)는 살아있다는 이유로 복제약 출시에 제동을 걸 태세다. 미국에선 이미 세계 최대 복제약 제조사인 테바가 화이자를 상대로 특허분쟁이 붙었다. 특허 기간이 끝난 의약품의 복제품 출시에 기존 특허권자가 제동을 걸 수 있는 고리는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다. 보건당국이 복제약 판매 허가를 심사할 때 특허권자에게 허가신청 사실을 미리 통보하고 특허 소송이 정리되기까지는 허가를 미루는 것이다.
미국 제약사들의 로비로 만들어진 이 제도는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다른 나라에 전파하고 있다. 특허 기간이 끝난 비아그라의 힘이 자유무역협정으로 유지되는 것이다.
박순빈 논설위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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