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혁 붕가붕가레코드 대표
적지 않은 돈 들여 재미도 의미도 없는
축제를 양산하는 게 지금의 행태다
축제를 양산하는 게 지금의 행태다
4대강 사업의 본류 공사가 마무리되는 것에 맞춰 10월 중에 ‘강가의 가을축제’라는 이름으로 4대강 공사의 완공을 축하하기 위한 다섯 차례의 문화행사가 열렸고 열릴 예정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돈이 지방자치단체 부담 25억, 문화체육관광부 25억 해서 대략 50억원 정도라 한다.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 각 지방자치단체는 원래 열리고 있던 지역 축제 예산에서 5억원씩 차출하고 있는 상황. 문화체육관광부는 축제를 지원하려면 2년 전에 공모를 거쳐야 한다는 절차를 무시한 채 각 지역의 축제를 지원하기 위한 예산인 관광진흥개발기금의 운영 계획을 변경했다.
음악 사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단기간에 축제를 위해 이런 식으로 많은 돈이 풀리는 것은 ‘행사’ 시장의 호황을 의미한다. 행사라 하면 섭외를 받아 일정 금액을 받고 출연하는 기업의 연말 행사부터 지방자치단체의 축제에 이르는 다양한 공연을 총칭하는데, 음반은 안 팔리고 디지털 음원은 헐값인 상황에서 음악인들과 음악 사업자들에게는 주요한 수익원이 된다.
물론 좋은 시절이라 해도 다들 똑같이 좋은 것은 아니다. 지역 축제를 중심으로 한 행사 시장의 논리에 따르면, 인지도에서 밀리는 인디음악인에게 스타 음악인들이 설 수 있는 큰 자리는 언감생심이다. 하지만 작은 자리는 이미 토착 대행사들의 몫. 그들이 특별히 비주류 문화를 대중에게 소개하겠다는 목적의식을 갖지 않는 한, 대부분의 출연진은 대행사와 인맥을 갖고 있는 이들로 구성된다.
물론 제대로 된 공모를 거치고 오랜 기간 준비하여 주민들에게 의미와 재미를 선사하는 지역 축제들도 없지 않다. 하지만 지금의 4대강 축제처럼 절차를 무시한 채 우격다짐으로 진행되는 경우에는 십중팔구 부실하기 쉽다. 부실한 내용들로 이래저래 시간을 때우고 난 뒤 마지막으로 유명한 연예인을 보여주고 마는 생색내기 축제. 결국 이 축제를 위해 쓰이는 예산은 인기있는 음악인들과 그들의 소속사, 토착 대행사들과 그들의 ‘네트워크’에 속해 있는 이들, 그리고 4대강 사업으로 이익을 보는 이들의 몫이 된다.
이런 구조, 새삼스럽지는 않다. 세금으로 조성된 국가 재정을 정부 의지로 사회 구성원들에게 재분배하되, 혜택을 보는 구성원들은 정책 결정자 본인 혹은 그와 인연을 맺고 있는 이들로 한정하는, 그들만의 특별한 ‘사회복지제도.’ 4대강 사업 자체가 좁게는 낙동강 공구 사업권의 9할을 대통령의 모교 출신들에게 선사하기 위해, 넓게는 대통령의 출신 배경이 되는 토건업에 새로운 돈줄을 창출해주기 위해 기획된 것이라는 의혹. 4대강 사업뿐만 아니라 공기업 낙하산 인사에서 논란을 일으킨 대통령 사저까지 이명박 정부의 행보는 일관성 있게 자신들을 위한 재분배 시스템 구축으로 향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이러한 일관성이 지역 주민들을 위한 공공의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사용되어야 할 문화예산의 사용에도 어김없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평등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긴 하지만 우파들이 내세우는 효율의 가치를 무시하지는 못하겠다. 인디밴드들이 잔뜩 나오지만 축제가 재미없게 된다면, 아이돌 위주더라도 재미있게 만든 축제를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인정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돈 들여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 축제를 양산하는 게 지금의 행태다. 문화 영역을 넘어 일반화하면 의미도 없는 사업을 만들어 능력도 검증되지 않은 이들에게 자기 측근이라 떠넘겨주는 것, 바로 사업의 발전이나 주주의 이해보다는 자기 자신의 이익이 우선인 ‘먹튀’ 최고경영자의 행동양식이다. 이건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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