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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정교분리 / 곽병찬

등록 2011-10-30 19:30

1992년 미국 대통령선거 때, 뉴욕의 대니얼 리틀 목사는 <유에스에이(USA) 투데이> <워싱턴 타임스> 등에 반(反)클린턴 광고를 냈다. ‘하나님 나라의 법률에 반역했는데 그래도 찍을 것인가’라는 내용이었다. 광고 문안에는, 이런 광고를 하게 되면 교회가 세금을 내야 하는데, 납세에 필요한 헌금을 부탁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실제 국세청은 즉각 이 목사가 담임하던 교회의 면세 혜택을 박탈했다.

미국에선 교회 등 종교시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해선 안 된다. 특정 정치인을 반대하거나 지지해도 안 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교회는 일체의 면세 혜택을 박탈당한다. 담임목사가 그래도 마찬가지다. 미국 최고의 부흥사 팻 로버트슨 목사는 1988년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 지명전에 참여한 뒤 교회 담임을 맡지 못했다. 미국 사회의 이런 엄격한 정교분리 원칙은 권력으로부터 종교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것이면서 동시에 종교가 국가 운영에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미국에 첫발을 디딘 청교도들은 영국 국교의 탄압을 피해 이민 온 이들이어서, 건국과 함께 정교분리를 헌법에 반영했다. 가톨릭이 세속 권력을 좌지우지하던 프랑스에서도 대혁명 후 정교분리 법을 제정했다. 종교시설에 대한 면세는 과세권이 억압 수단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정부는 세금을 걷지 않을 테니, 교회는 국가 운영에 간섭하지 말라는 타협이기도 했다. 성직자들은 일반 시민과 똑같이 납세한다. 이 때문에 현안에 대해 자유롭게 의사를 표명할 수 있지만, 교회를 대표할 경우엔 불이익을 당한다.

우리는 성직자에게도 면세 혜택을 주는 세계 유일의 국가다. 그러나 일부 목사들은 기분 나쁘면 대통령 소환운동 운운하고, 정치인 찬반 의견 표명은 물론 정당 창당까지 추진한다. 그래도 국가는 제재하지 못한다. 이젠 과세 논의가 필요하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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