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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귀장 / 정재권

등록 2011-11-02 19:09

‘양성재(중국 관리)는 봉급을 관아의 창고에 넣어 놓고 돌아갔고, 그의 아들도 봉급을 가난한 백성들을 대신해 세금으로 냈다. 부자가 살던 집은 짧은 서까래에 흙으로 섬을 만들어 고루한 시골노인 같았고, 3대에 걸쳐 더 장식한 것이 없었다. 한 목민관이 임기가 다 돼 그의 집을 방문한 뒤 존경을 느껴 화공에게 그리게 한 뒤 가지고 갔다.’

다산 정약용이 1818년 완성한 <목민심서>의 마지막 편 ‘해관’(解官)의 제2조 ‘귀장’(歸裝)에 인용되는 사례다. 목민심서는 공직자가 임명을 받고 물러날 때까지의 마음가짐과 행동거지를 다룬 다산의 대표 저서로, 해관은 관직에서 물러날 때의 처신을 내용으로 삼고 있다. 그 가운데 귀장은 돌아갈 차비와 관련돼 있다. 귀장의 첫째 덕목은 ‘돌아가는 행장이 조촐해 낡은 수레와 야윈 말인데도 그 산뜻한 바람이 사람들에게 스며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양성재의 사례는 ‘돌아와서 물건이 없어 맑고 소박함이 옛날과 같으면 최상이다’라는 가르침에 해당한다.

조선 전기의 문신 이약동도 귀장의 좋은 예로 꼽힌다. 이약동은 제주목사를 지내다 돌아가게 됐는데, 가진 게 가죽 채찍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것 역시 섬 물건이라며 관아 문루에 걸어 두었다. 제주 사람들은 그것을 보물처럼 보관했고, 신임 목사가 올 때마다 내걸었다고 한다.

이미 200년 전 다산은 물러나는 공직자의 처신을 이렇게 조목조목 일러줬지만, 내곡동에선 산뜻한 바람은커녕 악취가 진동한다. 악취의 자세한 원인도 불분명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이 아직 1년 넘게 남았는데 그의 귀장이 벌써부터 비난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남은 임기 동안 이 대통령은 열심히 목민심서를 읽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이런 권고가 ‘쇠귀에 경 읽기’처럼 느껴지는 건 왜일까?

정재권 논설위원 j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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