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북적였다. 26일 낮 1시 김정길, 문성근, 문재인 세 사람의 부산 출마 기자간담회가 열린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3층 해금홀은 기자들과 지지자들로 가득 찼다. 세 사람은 “선전이 아니라 승리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한 시간 뒤 2층 가야금홀에서는 민주통합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예비경선이 시작됐다. 입구에 늘어선 운동원들의 구호와 연호가 귀를 울렸다. 민주통합당 잔칫날이었다.
야당가에는 요즘 내년 4·11 국회의원 선거에서 승리한다는 낙관론이 팽배해 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선거연대에 성공해 한나라당과 ‘일대일’ 구도를 만들면 반드시 이긴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죽을 쑤고 있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여론조사 수치도 그렇게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2004년 4·15 선거는 대통령 탄핵으로 구도가 인물을 압도했다. 그런데 내년 선거에서 ‘반이명박, 반한나라당’ 구도가 2004년처럼 작동할까? 아니라고 본다. 선거는 유권자의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나 한나라당을 심판해야 할 이유는 충분히 있다. 그러나 그게 곧바로 야당의 부실한 후보들을 찍어줄 이유가 될 수는 없다. 4·11은 국회의원 선거다. 유권자들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비전과 인물을 중시할 것이다. 민주통합당 내부의 공천싸움, 야권의 선거연대가 쉽게 성공할 것이라고 보는 것도 섣부르다.
정치에서 이변은 정당과 언론이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해 나타난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역대 국회의원 선거는 이변의 연속이었다. 대체로 오만하거나 방심한 쪽이 패했다.
1996년 4·11을 앞두고 야당의 승리가 예상됐다. 1995년 지방선거에서도 야당이 압승을 거뒀다. 그러나 야당은 새정치국민회의 창당으로 분열했다. 민자당(김영삼 총재)은 당명을 신한국당으로 바꾸고 이른바 개혁공천으로 정면승부를 펼쳤다. 이재오·김문수·안상수·홍준표 등이 공천을 받았다. 신한국당이 139석으로 1당을 차지했다.
2000년 새천년민주당(김대중 총재)은 창당의 여세를 몰아 1당을 노렸다. 투표 당일 저녁 방송사 출구조사는 새천년민주당이 1당이었다. 당시 박준영 청와대 공보수석비서관은 ‘승리의 원인’에 대해 비공식 논평까지 내놓았다. 김칫국이었다. 실제 개표 결과는 한나라당 133석, 새천년민주당 115석이었다.
한나라당은 지금 살겠다고 몸부림을 치고 있다. 벌써 7명의 현역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성식·정태근 의원은 탈당을 했다. “100석까지 주저앉을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예견된 위기는 극복할 수 있다.
박근혜 위원장이 비상대책위원회에 김종인 전 민주당 의원을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전 의원은 1987년 개헌 당시 119조 2항(경제 민주화 조항)을 만들었다. 재벌이나 시장만능주의자들의 눈으로 보면 확실한 좌파다. 민주통합당에는 ‘헌법 119조 경제민주화 특별위원회’(위원장 유종일)가 있다. 그런데 정작 그 조항을 만든 사람을 한나라당이 데려간다는 것이다. 박근혜 위원장의 혁신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내년 공천에서 박근혜 위원장이 정말 대대적인 물갈이를 단행할지도 모른다.
민주통합당에서 불출마 선언을 한 현역 의원은 2명에 불과하다. 오히려 상당수 전직 의원들이 국회 재진입을 노리는 ‘복고풍’이 불고 있다. 이를 제어할 수 있는 당내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조선일보>는 최근 사설에서 민주통합당을 ‘재건 노무현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통합당의 면면을 보면 유권자들에게 그렇게 비치는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민주통합당 새 대표 자리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예약해 놓고 있다. 그는 무난한 리더십을 갖춘 뛰어난 정치인이다. 그런데 뭔가 좀 부족해 보인다. 왜 그럴까? 민주통합당에는 지금 두 가지가 필요하다. 총선과 대선에서 이기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설명이 필요하다. 비전이다. 그리고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개혁은 사람을 통해 이뤄진다.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민주, 조중동 약탈적 ‘광고영업’ 길 터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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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에서 불출마 선언을 한 현역 의원은 2명에 불과하다. 오히려 상당수 전직 의원들이 국회 재진입을 노리는 ‘복고풍’이 불고 있다. 이를 제어할 수 있는 당내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조선일보>는 최근 사설에서 민주통합당을 ‘재건 노무현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통합당의 면면을 보면 유권자들에게 그렇게 비치는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민주통합당 새 대표 자리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예약해 놓고 있다. 그는 무난한 리더십을 갖춘 뛰어난 정치인이다. 그런데 뭔가 좀 부족해 보인다. 왜 그럴까? 민주통합당에는 지금 두 가지가 필요하다. 총선과 대선에서 이기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설명이 필요하다. 비전이다. 그리고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개혁은 사람을 통해 이뤄진다.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민주, 조중동 약탈적 ‘광고영업’ 길 터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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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성한용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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