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혁 붕가붕가레코드 대표
생각 다른 이들을 비난·차단하는 게
트위터의 주요한 용도가 되면 위험
트위터의 주요한 용도가 되면 위험
지난 주말 트위터에서 작은 소동이 있었다. 어느 방송사의 공개 방송이 진행되던 중 한 아이돌 팬클럽 회원들이 다른 팬클럽 회원들을 집단적으로 성폭행하려고 한다는 글들이 나돈 것이다. 그런데 이후 속속 올라오는 사건 정황에 관한 내용들이 아무래도 진위가 미심쩍어 보였고, 그러던 중 원래 가해자로 지목된 팬클럽과 다른 쪽 팬클럽 사이에 반목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결국 아침이 되어 언론을 통해 이 사건과 관련된 정황 일체가 허위라는 경찰의 발표가 보도됐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얼핏 보수언론들이 요새 밀고 있는 ‘트위터는 괴담의 진원지’라는 틀에 딱 들어맞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허위 사실의 시작부터 그에 대한 교정에 이르는 전말을 트위터를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오히려 이 사례가 보여준 것은 트위터가 괴담 유포의 도구가 될 수 있는 위험성과 동시에 그에 대한 교정 역시 자체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자정능력이었다.
오히려 최근 들어 여론 조작 시도의 혐의는 괴담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들이 받고 있다. 10일 <한겨레> 인터넷판에 보도된 내용, 그러니까 <조선일보> 기사를 기계적으로 퍼 나르는 다수의 유령 계정들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트위터 사용자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던 것. 이와 더불어 특정한 글의 인기도를 측정하는 사이트에서 극우적인 내용을 담은 글이 납득이 안 가는 재전송(리트위트) 횟수로 상위에 오르는 경우도 요새 들어 부쩍 늘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들이 발생시키는 문제 역시 기껏해야 전자우편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스팸메일이 끼치는 악영향과 매한가지다. 스팸메일을 걸러내는 것처럼 트위터 계정의 신뢰도를 판정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한다면 충분히 교정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그럼에도 위험은 분명히 있다. 역시 지난 주말, 수감된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대법원 판결의 정당성에 대해 시사평론가 진중권씨와 그와 반대 입장을 갖고 있는 이들 사이에 공개적인 논쟁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반대자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주제에 대한 얘기보다는 진중권 개인을 비난하며 욕설하는 데 열을 올렸고, 과연 그들에게 어떤 아픔이 있기에 저러나 싶어서 그들이 이전에 올렸던 트위트들을 살펴봤다. 그러던 중 발견한 한 사람. 자기소개에 민주주의에 대한 애정을 표현해 놓고 있던 그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에 대해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했다는 이유만으로 겨우 세 번만의 대화 끝에 상대방 노동운동가를 차단해버렸다. 나아가 앞으로 노동운동 쪽 인사와는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겠다는 의지까지 천명하고 있었다. 과연 그가 사랑한다는 민주주의란 무엇일까? 시민들 사이의 소통과 합의를 바탕으로 하되, 대신 시민들은 자신과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어야 하는 그런 체제?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는 내용을 선호하는 경향 때문에 정치적인 의견은 늘 양극화될 수밖에 없다는 학자들의 논의가 있다. 위와 같은 경우도 그러한 맥락에서 보면, 하물며 이게 엇비슷한 사람끼리 친구를 맺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안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특이할 것은 없는 사례라 볼 수 있다. 정말로 위험한 것은 이런 경향이 트위터를 진정한 민주주의의 장으로 생각하는 신념과 만났을 때,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를 지지해주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착각하게 하는 경우다. 트위터가 민주주의의 도구가 될 수 있다면 그것은 자신과 견해가 다른 이들과 쉽게 얘기할 수 있다는 점에 기인한 것일 텐데, 생각이 다른 이들을 비난하고 수틀린다 싶으면 차단해버리는 게 주요한 용도라면, 그 트위터는 그저 자위 도구에 불과할 따름이다.
고건혁 붕가붕가레코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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