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가수 안치환씨의 목소리가 킨텍스 행사장을 쩌렁쩌렁 울렸다. 사회를 보던 김유정 의원이 몸을 좌우로 흔들며 춤을 췄다. 대의원석에서는 기차놀이가 시작됐다. 한바탕 축제였다.
민주통합당 지도부 선출대회는 흥행에 성공했다. 대선 주자를 뽑는 선거가 아니었는데도 모두 52만6000명 가까이 투표를 했다. 모바일 투표를 한 47만8000명 덕분에 가능했다. 투표 방식의 진화 이외에도, 이명박 정권에 대한 반감, 통합의 효과가 사람들을 끌어모았을 것이다.
16일 국회 민주통합당 대표실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에서, 한명숙 대표는 “우리들은 정당 역사상 최초의 국민참여 지도부라는 자부심을 가지면서도, 정권교체의 승리를 위해 무한한 책임감을 갖고 출발한다”고 선언했다. 흥분이 채 가라앉지 않은 목소리였다.
그럼 이제 민주통합당의 앞날은 밝기만 한 것일까? 아니다. 축제는 끝났다. 정치는 냉혹한 현실이다. 한명숙 대표를 비롯한 민주통합당의 새 지도부는 앞으로 반쯤 죽을 고생을 하게 되어 있다. 박근혜 위원장의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와 무한경쟁을 해야 한다.
민주통합당 강령 1조의 제목은 ‘경제활동의 성과가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경제 민주화 실현’이다. 옳다. 경제 민주화는 이 시대 정치의 핵심이다. 한나라당 강령에도 ‘일자리’, ‘사회 양극화 해소’가 과제로 포함되어 있다. 비대위는 더 진전된 수정안을 내놓을 것이다.
문제는 실현이다. 개혁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하는 것이다. 두 가지다.
첫째, 사람이다. 정권의 중심은 대통령이지만 실제 권력은 국회에 많이 넘어왔다. 한명숙 대표가 밝힌 ‘공천혁명’은 단순히 물갈이 효과 때문에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 민주화를 추진할 의지와 정책 대안을 가진 새로운 사람들이 국회에 많이 들어와야 한다.
그런데 한 대표는 “전략공천을 최소화하고 완전국민경선으로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했다. “국민들은 정치의식이 높기 때문에 시대적 흐름에 맞는 경쟁력 있는 후보를 뽑아 올릴 것”이라고 했다. 그럴까? 그게 해답일까? 완전국민경선제는 장점도 있지만 인지도가 떨어지는 신인들이 전·현직 의원들의 벽을 넘어서기 어렵다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따라서 당 지도부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기존 정치인들의 기득권을 지켜주려는 ‘꼼수’라고 비판받을 수 있다. 국민들에게 권한과 동시에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떠넘기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16일 현역 의원 25%를 물갈이하겠다는 공천 방침을 발표했다.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 어느 쪽이 더 개혁적인 공천을 할 수 있을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다만 민주통합당 쪽에 좀더 치열한 고민과 치밀한 기획이 필요해 보인다. 둘째, 구체적인 실현 방안이다. 경제 민주화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면, ‘서생적 문제의식’만으로 안 된다. ‘상인적 현실감각’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디자인연구소 김대호 소장이 <2013년 이후-희망 코리아 가는 길>이라는 책을 냈다. 김 소장은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이라는 비전을 ‘타도해야 할 앙시앵 레짐’으로 규정했다. ‘정리해고가 돼도, 비정규직이 돼도 괜찮은 세상’이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자본과 노동 간 분배구조 개선도 필요하지만, 자본 간 재분배, 노동 간 분배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긴 그렇다. 민주통합당 사람들의 최근 주장에는 의심스런 대목이 너무 많다. 민주통합당이 집권하면 정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폐기할 수 있을까? 기업은 정리해고를 못 하게 되는 것일까? 정치적 구호를 실제 정책으로 만들었을 때 나타나는 엄청난 부작용은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일까?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민주통합당은 지금부터 구체적인 숫자가 포함된 법안과 정책을 줄줄이 내놓아야 한다. 그걸 보고 재집권의 자격을 국민들이 판단하게 될 것이다. ‘신자유주의 반대’, ‘이명박 반대’라는 정치적 구호만으로 집권을 시도해선 안 된다. 심하게 얘기하면 그건 사기다.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그런데 한 대표는 “전략공천을 최소화하고 완전국민경선으로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했다. “국민들은 정치의식이 높기 때문에 시대적 흐름에 맞는 경쟁력 있는 후보를 뽑아 올릴 것”이라고 했다. 그럴까? 그게 해답일까? 완전국민경선제는 장점도 있지만 인지도가 떨어지는 신인들이 전·현직 의원들의 벽을 넘어서기 어렵다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따라서 당 지도부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기존 정치인들의 기득권을 지켜주려는 ‘꼼수’라고 비판받을 수 있다. 국민들에게 권한과 동시에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떠넘기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16일 현역 의원 25%를 물갈이하겠다는 공천 방침을 발표했다.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 어느 쪽이 더 개혁적인 공천을 할 수 있을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다만 민주통합당 쪽에 좀더 치열한 고민과 치밀한 기획이 필요해 보인다. 둘째, 구체적인 실현 방안이다. 경제 민주화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면, ‘서생적 문제의식’만으로 안 된다. ‘상인적 현실감각’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디자인연구소 김대호 소장이 <2013년 이후-희망 코리아 가는 길>이라는 책을 냈다. 김 소장은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이라는 비전을 ‘타도해야 할 앙시앵 레짐’으로 규정했다. ‘정리해고가 돼도, 비정규직이 돼도 괜찮은 세상’이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자본과 노동 간 분배구조 개선도 필요하지만, 자본 간 재분배, 노동 간 분배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긴 그렇다. 민주통합당 사람들의 최근 주장에는 의심스런 대목이 너무 많다. 민주통합당이 집권하면 정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폐기할 수 있을까? 기업은 정리해고를 못 하게 되는 것일까? 정치적 구호를 실제 정책으로 만들었을 때 나타나는 엄청난 부작용은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일까?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민주통합당은 지금부터 구체적인 숫자가 포함된 법안과 정책을 줄줄이 내놓아야 한다. 그걸 보고 재집권의 자격을 국민들이 판단하게 될 것이다. ‘신자유주의 반대’, ‘이명박 반대’라는 정치적 구호만으로 집권을 시도해선 안 된다. 심하게 얘기하면 그건 사기다.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연재성한용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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