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 시사평론가
공모·경쟁 없이
청년 비례대표
당선권 보장을
약속할 수 없나
청년 비례대표
당선권 보장을
약속할 수 없나
‘20대에 희망 없다’고 큰소리치던 나를 부끄럽게 한 청춘이 두 명 있다. 우선 28살에 중앙대에서 제적당한 노영수씨. 자본가가 들어와 대학을 총체적으로 변질시키자 이를 보다 못해 고공농성 등으로 투쟁하다 불이익을 당한 경우다. 또 한 명은 청년유니온 김영경 위원장이다. 청춘 노동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앗아가는 현실을 바로잡겠다며 일반노조 청년유니온 설립을 스물아홉부터 주도한 주인공이다. ‘무형의 가치’인 대학의 본령과 청춘 노동자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해 반대급부 기대하지 않고 자신의 기회와 비용을 쏟아부으며 이타성을 실현한 이 두 사람이야말로 정치를 하는 것이 여러모로 적합하다. ‘돈봉투’로 상징되는 사리사욕의 전당, 국회를 인적으로 쇄신하는 게 시대정신이라면 말이다.
이 중 김영경 위원장이 정치 문턱에 한 발짝 다가선 것 같다. 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 경선에 응모하는 방안을 놓고 고민중이라는 것이다. 언론사 취업을 준비했지만 생활고를 감당하지 못해 비정규직 학원강사로 나섰다 부조리한 착취에 분노하고는 국내 최초의 청년노조를 조직한 주인공이다. 그러나 곧 논란이 불거졌다. ‘노동자의 정당’ 통합진보당이 김영경 위원장의 민주통합당행을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청년 정치’에 대해 어떤 관념을 갖고 있는지 여실히 노출됐다.
민주통합당은 청년 비례대표를 ‘경선’ 즉 오디션 프로그램 형태로 치르겠다고 했다. 당으로서는 공개선발 과정에서의 열기를 통해 흥행을 도모해 총선 정국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속내를 나타냈다. 그러나 무한경쟁에 내몰려 피폐해진 청춘의 일상을 뜯어고칠 정치인을 또다른 무한경쟁의 도구로 선발하려 한다는 발상은 사려 깊지 않다.
통합진보당은 청년 비례대표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지 않는 흐름이다. 그러나 당내에 ‘특혜는 없다’는 정서가 강하게 느껴진다. 이는 곧 ‘아쉬우면 들어오라’는 논리이다. 일부 당직자는 김영경 위원장을 상대로 “청년노동자 문제를 결코 해결할 의지나 능력도 없는 민주통합당으로 전향했다”는 날선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한나라당은 청년을 당 최고위원 격인 비상대책위원으로 영입해 한껏 그 존재감을 강조한다. 그렇다고 이 청년이 고질적이고 구조화된 ‘청춘의 그늘’을 개선할 의지와 정치력을 갖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활짝 웃는 이준석’, ‘대화 나누는 이준석’, ‘음료 마시는 이준석’, ‘생각에 잠긴 이준석’ 따위의 홍보성 기사로 이미지 정치의 도구로 활용되면 한나라당으로서는 그뿐 아닌가 하는 냉소도 이 때문에 나온다.
민주·통합진보 양당에 묻고 싶다. 누구를 특정하는 것은 아니나, 공모나 경쟁 없는 청년 비례대표 당선권 보장을 약속할 수 없나. 비례대표라는 게 무엇인가. 직능별 대표성이 있지만 지역구 당선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인사를 국회에 보내는 제도 아닌가. ‘와서 경쟁하라. 잘 보이면 자리 하나 줄게’ 또는 ‘지역구 줄 테니 출마해 살아 돌아오라’는 식으로 안이하게 처리하기에는 청년 선량의 출현이 너무나 시급하다. 반드시 당선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한국 의정사에서 20대에 국회의원이 된 사람은 1954년 제3대 국회의원 당시 26살 김영삼 전 대통령, 그리고 1963년 제6대 28살 김상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딱 둘이다. 대한민국 정치에서 청년의 입장이 입법화·법제화되는 과정에서 당사자가 참여할 여지가 예나 지금이나 많지 않다. 현재 20대의 유권자 비율은 16% 안팎이다. 올 총선·대선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대학생이 90%에 이른다고 한다. 어느 정파가 진정성 있게 청년을 존대할까. 올 주요 정치일정에서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될 것이다. 김용민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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