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철 사회부 사건데스크
“1·2·3심 모두 무죄면
수사에 간여한 검사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한 이명박 대통령
수사에 간여한 검사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한 이명박 대통령
노무현 정권이 3년차에 접어들던 2005년의 일이다. 그해 2월, 대구지검 특수부는 ‘2003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 광고사업자 선정 비리 사건을 수사하고 있었다. 업자들에 이어 정치인들이 수사 선상에 올랐고, 1억여원 수뢰 혐의로 소환된 전직 한나라당 의원이 25일 구속됐다. 뒤이어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의원이 3월17일 검찰에 출석했다. 3선인 그는 한 해 전 국회 문화관광위원장 때, 이 대회 지원법의 시효를 연장해주는 대가로 1억여원의 뇌물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돈과 입법권을 맞바꾼 혐의사실, 먼저 구속된 전직 야당 의원과의 형평을 들어 검찰 내 예상은 구속으로 모아졌다.
하지만 대구지검은 3월31일 그를 불구속 기소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얼마 뒤 인사에서 대구지검장은 인천지검장으로 ‘영전’했고, 특수부장은 대다수 검사들이 가고 싶어 하지만 아무나 갈 수 없는 법무부에 ‘입성’했다.
정치색 짙은 사건일수록 저울추의 균형 따위에 개의치 않는 일부 검사들의 행태는, 실상 새로울 게 없다. 그 결론이 충정의 소산인지 굴종의 산물인지를 확인하기는 매번 쉽지 않지만, ‘권력의 입맛’과 통한 사례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여럿이다. 이렇게 정권의 ‘보장성 보험’에 든 검사들은 하나같이 ‘좋은 자리’를 배당받았고, 몇몇 사건의 책임자들은 무죄가 확정된 뒤에도 그 자리들을 보전하고 있다.
2009년 6월 <문화방송>(MBC) ‘피디(PD)수첩’ 제작진을 기소할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정병두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피디수첩팀이) 방송에서 정정도 하고 사과도 했는데, 굳이 처벌까지 하는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개전의 정이 있는 것 같지 않다”고 답했다. 재판이 계속되는 동안 정 차장검사는 ‘검사의 꽃’이라는 검사장으로 승진했고, 지금은 법무부 법무실장으로 장관을 보좌하고 있다. 주임검사인 전현준 부장검사는 핵심 요직인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이 되어 있다.
2008년 8월 <한국방송>(KBS) 정연주 전 사장을 배임 혐의로 기소하면서, 당시 수사를 지휘한 최교일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정씨의 혐의에 확신을 갖고 있다”고 했다. 최 차장검사는 그 뒤 검사장으로 승진했고, 전체 검사의 인사를 담당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을 거쳐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됐다. 주임검사인 박은석 부장검사는 검사장 승진을 바라보는 대구지검 2차장 검사로 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중견 검사는 이 두 사건에 결국 무죄가 확정되는 것을 지켜보며 “검사 임관 후 처음으로 심한 자괴감을 느꼈다”고 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얘기지만, 이 대통령은 2009년 말 법무부의 2010년 업무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1·2·3심 모두 무죄가 난 사건의 경우 수사에 간여한 검사들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가 이 말을 실천에 옮길 기회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후기: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광고사업자 선정 비리 수사 당시 대구지검장은 정동기 검사장, 특수부장은 우병우 검사였다. 정 검사장은 2007년 11월 대검 차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난 뒤 이명박 정부 들어 2008년 6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다. 그가 재임하는 동안 검찰에선 정연주씨와 ‘피디수첩’ 제작진의 기소,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가 진행됐다. 경북 영주 출신인 우 검사는 이명박 정부 들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1과장에 기용돼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고, 그의 서거 직전까지 구속 수사를 강력히 주장했다고 당시 대검 간부들은 전했다. 대구지검의 수사 단계에서 구속과 불구속으로 운명이 갈렸던 강신성일 전 의원과 배기선 의원은 모두 유죄가 확정돼 징역형을 살았다.
강희철 사회부 사건데스크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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