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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성한용 칼럼] 새누리당 경제민주화 제대로 하려면

등록 2012-02-08 19:40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새누리는 새로운 세상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정치적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의 염원을 고려해 공모안 중에서 찾아낸 이름이라고 한다. 카피라이터 출신인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은 “좋은 카피는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가슴속에 품고 있는 것을 정확히 찾아내는 것”이라고 했다. 수긍이 갔다.

순한글 이름은 처음 들었을 때 무척 어색하다. 그러나 자꾸 부르다 보면 정이 든다. 이름은 짓고 나서 내용을 채워가는 것이다. 유명 브랜드가 처음부터 유명했던 것은 아니다.

새누리당이 정강·정책이라는 어려운 용어를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쉽게 바꾼 것도 이채롭다. ‘10대 약속, 23개 정책’ 중에 ‘공정한 시장경제질서 확립을 통한 경제 민주화 실현’이 들어 있다. 내용은 이렇다.

“시장경제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여 경제 민주화를 실현한다. 시장경제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경제세력의 불공정거래를 엄단하여 공정한 경쟁풍토를 조성한다.”

의미를 새기기 위해 개정 전 문구와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개정 전 정책 2조는 ‘큰 시장 작은 정부의 활기찬 선진경제’라는 제목에 “사유재산권을 보장하고 균등한 기회와 선택의 자유를 허용하며 사회적 기여에 상응하는 보상을 통해 민간의 활력이 넘치는 자유시장경제를 구현한다. 관치경제의 잔재를 청산하고…”라고 되어 있었다.

쉽게 얘기하면, 시장만능론을 바닥에 깐 신자유주의 세계관을 털어버리고, 정부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경제세력(재벌)의 불공정거래를 엄단하겠다는 것이다. 거의 천지개벽 수준의 변화다.

최근 새누리당의 급격한 변화를 이끄는 사람은 물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사퇴의 배수진을 친 김종인 위원이 변화를 밀고가는 모양새다.

김종인 위원은 8일 정책쇄신분과위원회 회의 도중 회의실을 나와서 “당분간 정책쇄신분과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지만 억지로 물을 먹일 수는 없다”고 했다. 경제 민주화의 내용을 채워야 하는데 한나라당과 박근혜 위원장이 자꾸 미적거리니까 일종의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다. 김종인 위원에게 당내 기류를 물었다.


“국민들은 한나라당을 부자당으로 불렀다. 그런 정당이 경제 민주화를 받아들인 것은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런데 구체적인 정책은 좀처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총선은 이명박 정권 심판의 장이 될 텐데 차별화에 실패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9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와 중소기업 업종 진출을 막기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논의한다. 납품단가 인하에 대해 징벌적 규정도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정도로 부자당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새누리당이 진정한 경제 민주화 정당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 여부는 정책과 함께 사람의 변화를 살펴봐야 알 수 있다. 새누리당이 부자당, 재벌당이 된 것은 그동안 친재벌 국회의원들이 입법과 정책을 좌우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위원장이 ‘재창당을 뛰어넘는 혁신’을 하려면 이들을 과감히 제거해야 한다. 그리고 경제 민주화를 추진할 개혁적 전문가들을 영입해야 한다.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개혁은 이뤄지지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을 영입하려는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이다. 김종훈 전 본부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돌격대 역할을 한 사람이다. 그를 영입하는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추진으로 상처받은 수많은 국민을 모욕하는 행위다.

이제 이명박 대통령과도 결별해야 한다. 공천에서 이명박 정권의 상징적 인물들을 탈락시켜야 한다. 동시에 무능한 친박 정치인들도 쫓아내야 한다. 박근혜 위원장이 ‘의리’를 내세워 친박 의원들을 많이 끌어안고 있을수록 박근혜 위원장이 대통령이 될 확률은 낮아진다.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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