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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사회] 조용기와 박근혜 / 김용민

등록 2012-03-07 19:29

김용민 시사평론가
김용민 시사평론가
방송파업보다
더 힘든 상대와
투쟁하고 있는
국민·부산일보
<한국방송>, <문화방송>, <와이티엔> 언론인이 파업에 나섰다. 공정성을 침해한 이명박 정권을 겨냥해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투쟁은 길어야 엠비 임기인 1년이다. 그런데 언제 마침표를 찍을지 모를 싸움에 나선 이들도 있다. 맞서는 대상이 다르다. 정권이 아니라 사주다. <국민일보>와 <부산일보>의 경우다.

우선 국민일보. 1988년에 창간한 이 신문의 종잣돈은 여의도순복음교회 교인들의 헌금이었다. 그러나 이 신문의 실질적 주인은 이 교회 조용기 원로목사로 정평 났다. 그도 그럴 것이 동생, 큰아들, 사돈, 작은아들이 경영자로 나선 기간을 비율로 환산했더니 창간 이래 85%라고 한다. 나머지 기간 사주 역시 조 목사의 신임을 득했던 이들이다. 그런데 조 목사나 그 가족의 국민일보 지분은 0%이다. 평면적 비교는 무리이나, 3.38%의 지분을 갖고도 삼성전자의 실질적 오너가 되는 이건희 회장보다 더 진귀한 표본이라 할 수 있다.

결국 교회가 조 목사고, 조 목사 돈이 곧 교회 돈이라는 의구심을 떨치기 힘들다. 물론 국민일보 역사의 85%를 장악했던 이들이 좋은 경영 실적을 냈다면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조 목사와 아내 김성혜 한세대 총장, 희준, 민제, 승제 등 일가 5명 중 막내 승제를 뺀 4명은 개인 비리와 관련해 재판을 받거나 검찰과 경찰에서 각자 조사를 받고 있는 형편이다. 혐의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이나 횡령 같은 경제범죄들이다. 이 신문의 한 기자는 “‘사주’ 일가가 이 꼴인데, 누가 누구보고 ‘똑바로 살라’ 이야기할 수 있겠나”라며 탄식했다. 최근에는 대표인 조민제씨가 미국 국적자라 대한민국 종합일간지의 대표가 될 수 없다는 서울시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의견이 있었다.(그가 젊은 나이에 외국인 신분을 취득하고 얻은 혜택 중의 하나는 병역 면제였다.)

노조는 조 목사 일가에게 국민일보를 떠나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실 조 목사가 떠나면 상황은 심각하다. 주요 스폰서 중 하나인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상시적·공식적 지원이 끊기게 될 공산이 크니까. 국민일보는 독자를 상대로 자립 경영을 해야 한다. 노조원들은 어렵지만 그 길을 택하겠다고 분연히 나섰다. 조 목사가 한국 개신교계에서 차지하는 상징성과 위상을 고려한다면 종국에 개신교인을 주 독자층으로 삼아야 하는 국민일보로서는 버거운 싸움을 벌이는 셈이다.

부산일보 사례도 주목해야 한다. 이 신문은 지방지 중 가장 큰 규모와 발행호수를 자랑한다. 그런데 박정희의 ‘정’, 육영수의 ‘수’를 딴 정수장학회의 지분이 100%다. 지금은 자신과 무관하다지만 부산일보 구성원 대부분은 ‘실소유주’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꼽는다. “(계속 사원들이 투쟁하면) 부산일보를 팔아버리겠다”는 상식 밖 발언을 하고 있는 사주 최필립 이사장은 박 위원장의 30년 넘는 측근. 이 신문이 성역으로 삼는 대상이 박 위원장임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이들은 구성원들로부터 신문사 경영에서 손 떼라고 요구받고 있다. 그리고 용기 있는 데스크의 주도로 정수장학회와의 일전을 지면 안팎에서 벌이고 있다. 방송 3사가 1년 뒤면 정치적 식물이 되는 이명박과 싸운다면, 부산일보는 유력한 대권주자로 차후 5년의 이 나라를 거머쥘지 모를 박근혜와 싸우는 셈이다.

“비판 못 할 뚜렷한 대상이 있는 언론은 이미 언론이 아니다. 왜냐. 사실을 조작해 특정 대상에게 유리하도록 할 텐데, 이러면 독자와 시청·청취자를 상습 우롱하게 돼 있다. 이런 신문·방송 없어져도 상관없다.” 내가 어디에서나 하는 이야기다. 방송 3사는 물론, 국민일보·부산일보의 투쟁이 바로 그러한 참 언론으로 가려는 몸부림일 것이다. 우리는 이들을 외롭게 해서는 안 된다.

김용민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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