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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해군기지, 권위주의와 강박증을 넘어 / 오세일

등록 2012-03-11 19:11

오세일 신부·서강대 사회학과 강사
오세일 신부·서강대 사회학과 강사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할 때
지도자의 권위는 위험에 처한다’는
진실을 현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
한국 사회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물어볼 겨를 없이 ‘빨리빨리’만을 재촉한 지 수십년이 흘렀다.

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는 “우리는 언덕길 아래로 향하는 수레바퀴 위에 올라타 내달리고 있는데, 바로 그 수레바퀴의 브레이크가 고장이 나 있다”는 비유로써 우리의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성찰’이 절실히 필요하다. 현대사회에서 성찰은 더 깊은 소통을 위한 필수 요소이다. 분열과 불통을 겪고 있는 제주해군기지 건설 문제를 함께 성찰해 보자.

제주해군기지 사업은 ‘절차적 민주주의’의 첫 단추가 제대로 끼워져 있지 않았기에 5년이 넘도록 그 모순을 대면하는 갈등이 빚어져온 것이다. 애초에 마을주민에 의한, 그리고 마을주민을 위한 객관적인 정보 제공도 없었고, 합법적인 회의 절차마저도 무시된 채 보상금 지급을 우선시했던 사업 추진으로 인해 마을주민들은 서로 반목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지방자치단체의 개발 중지 요청을 무시하고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중앙정부와 국방부는 우리에게 군사독재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바로 그것은 합리적 논거와 절차적 합법성을 상실하고 자기의 의지만을 공권력으로 관철하고자 하는 ‘권위주의’에 불과할 뿐이다.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지 못할 때 지도자의 권위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진실을 현 정부는 직시해야만 한다. 특히 현 정부는 마지막 1년 동안 그 어떤 업적을 남기려 안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오히려 권위 상실과 국민 간 갈등과 불신을 더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안보 역시 그 우선성에 따른 체계적인 논의를 발전시켜 나가되, 정책적 합의를 도출해 나가는 사려 깊은 산고를 겪을 적에야 사회 통합과 발전을 거둘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3월8일 조찬기도회에서 밝혔듯이 국가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사회통합을 이루는 발전을 진실히 원한다면 권위주의적 체제의 밀어붙이기식 폭력에 빠져서는 더더욱 안 된다.

한편, 오늘날 불확실성과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자신의 집단강박증도 성찰해야 한다.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사건으로 인한 불안감을 품고 있는 우리 국민들은 더욱이 김정은의 삼대째 세습 독재를 떠올리면 그 불안감은 더욱 증폭된다. 그렇기에 우리의 미래를 불안감에만 내맡기고 ‘안보’라는 단일 논리로만 국가 발전과 정책을 모두 해결해야 하는가? 기실 우리는 자기만의 안전을 넘어서서 공동의 안위를 지향할 때, 새로운 신뢰와 협력을 통한 정의와 평화가 깃들 수 있다는 소박한 진리를 망각하곤 한다. 바로 나만의 안위를 찾는 이기심 때문에…. 이 점에서 우리는 세계적인 석학 노엄 촘스키 교수의 말을 되씹어볼 필요가 있다. 촘스키 교수는 “구럼비 발파와 해군기지 건설은 동아시아 정세에 평화를 가져다주기보다는 군사적 증강과 긴장을 더 고조시킬 것이다”라고 단언하며 “비핵화를 통한 세계평화”의 길을 제안하고 있다.

바야흐로 우리는 더 ‘건강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 함께 성찰하고 더 깊이 소통해야 하는 시대적 소명 앞에 서 있다. 세상에서 소외된 약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공동선의 증진에 마음쓰며 건강한 사회를 일구는 데 제대로 힘쓸 줄 아는 정치인들을 이 시대는 갈망하고 있다. 뭔가를 급하게만 성취해 나가느라 우리 안의 분열과 상처가 아물지 않는다면, 그런 방식의 개발과 군기지 건설은 우리 사회에 더 큰 위험을 안겨주는 위기가 될 수 있다.

오세일 신부·서강대 사회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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